투명한 물의 속살…충북 괴산

입력 2005-07-21 16:45:40

힘차게 뻗은 백두대간의 웅장한 산세가 잠시 숨을 고르는 곳, 충북 괴산의 화양계곡. 속리산의 잘록한 허리춤을 부드럽게 감싸며 흘러내리는 계곡이다. 넓게 펼쳐진 암반, 푸른 파도처럼 호호탕탕 흘러내리는 계곡물, 울창한 늙은 소나무 숲이 계곡 양편으로 도열하듯 펼쳐져 있다. 이곳은 또 우암 송시열이 경관이 뛰어난 계곡마다 이름을 붙여놓은 '화양구곡'으로도 유명하다.

◇ 화양구곡

화양구곡은 1시간이면 다 돌아볼수있다. 제1곡인 경천벽은 매표소를 지나면 바로 만날 수 있다. 곧게 뻗은 층암절벽이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그 밑으로 푸른 계곡물이 흐른다.

화양 제2다리를 지나면 운영담(제2곡)이다. 강과 절벽, 소나무, 그리고 하늘이 한데 어우러진 곳이다. '호수처럼 투명한 물에 구름의 그림자가 맑게 비친다'하여 붙여진 운영담. 상류와 달리 물살도 완만하다. 모래도 많아 아이들과 놀기에 좋은 곳이다.

읍궁암은 제3곡이다. 북벌의 꿈을 이루고 못하고 승하한 효종을 애도하여 송시열이 새벽마다 엎드려 통곡했다는 넓고 큰 바위다.

제4곡인 금사담. 넓은 암반, 층암절벽, 노송과 모래밭이 어우러진 화양구곡 제1의 비경이다. '금싸라기 같은 모래밭이 펼쳐져 있다'는 명칭에서 보듯 고운 모래밭이 쉴 자리를 마련해준다. 아이들이 뛰어놀 만한 반석도 있고 수심도 얕아 가족 단위 피서객들에게는 최고의 명당이다. 그러나 금모래는 없다. 대신 잘 닦여진 금빛 너럭바위가 있다. 바위에 올라앉아 피서를 즐길 수 있다. 장맛비에 불어난 물이 기운을 더하면서 흐르고 있다. 물소리가 제법 세차다. 건너편에 송시열이 글을 읽고 시를 썼다는 암서재가 있다. 우암 선생이 서재로 사용했던 암서재는 노송사이에 있어 운치를 더한다.

화양 제3다리를 지나면 길도 좁아지고 사람도 뜸해진다. 그러나 물은 더 깨끗하고 바람은 더 시원해진다. 길가에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 길이다. 다리 오른쪽 절벽에 제5곡 첨성대가 있다. 능운대(제6곡)와 맞닿아 있어 웅장한 기암절벽의 풍취를 감상하기에 좋은 곳이다. 계곡 주변으로 널찍이 펼쳐져 있는 모래밭 뒤로 느티나무 그늘이 있다.

조금만 거슬러 오르면 능운대 쉼터가 있어 금사담 부근에 이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근처에 평평한 반석 전체가 마치 용이 누워 꿈틀대는 모습을 한 제7곡 와룡암이 있다.

다음은 제8곡 학소대에 이른다. 큰 소나무들이 운치있게 조화를 이루며 우뚝 솟은 바위산으로 청학이 바위 위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다하여 이름 붙여진 곳이다.

평평하게 이어지는 산책로는 학소대를 지나면 갑자기 길이 가팔라진다. 숲이 더 우거지고 그늘도 더 짙어진다하지만 파천(제9곡)이야말로 화양계곡의 숨겨진 곳이다. 계곡 전체에 희고 넓은 바위가 넓게 펼쳐져 있다. 그 위로 흐르는 물결이 마치 '용의 비늘을 꿰어 놓은 것'처럼 보여 파천이라 부른다. 신선들이 이곳에서 술잔을 나누었다는 전설이 있기도 한 곳이다.

물도 맑아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바위에 걸터앉아 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신선이 따로 없다. 화양계곡 입구에서 좌회전해 32번 도로를 타고 반대편 자연학습원 쪽으로 들어오면 거리도 가깝고 편리하다.

사진·박순국편집위원 tokyo@imaeil.com

◇ 계곡에서 하룻밤

야영은 매표소 밖에 마련된 야영장을 이용해야 한다. 화양교 입구 샛길을 따라 들어가면 200여 개의 텐트를 칠 수 있는 야영장이 강변에 위치해 있다. 민박을 이용할 수도 있는데 계곡 입구에 40여 민박집과 운영담과 금사담 그리고 능소대 부근에 민박집(8집)이 있다.

◇ 먹을거리

쏘가리와 빠가사리, 피라미, 메기 등으로 요리한 민물매운탕과 올갱이(다슬기)국이 별미다. 경상도 매운탕에 비해 덜 맵고 짜지 않는 것이 특징. 청주식당(043-832-4581).

◇ 가는 길

대구에서 2시간 정도 걸린다. 가장 빠른 길은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 문경IC에서 빠져나와 문경석탄박물관을 지나 대야산을 넘어 화양계곡으로 가는 길이다. 아니면 충북 연풍IC를 통해 화양계곡으로 가면 된다. 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해 충북 증평IC를 빠져나와 괴산으로 들어가는 길도 있다.

최재수기자 bio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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