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인 고3 여름방학 휴식

입력 2005-07-19 11:21:38

방학은 원래 계절적으로 힘든 기간에 휴식을 취하면서 평소에 하고 싶었던 취미 생활이나 특기·적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휴가이다. 공부 측면에서 본다면 여러 학과에서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알아서 보충할 수 있는 자율과 여유가 허용되는 때이다. 그러나 대부분 고교생들에게 방학이란 계속 학교에 나가면서 오후에만 다소 자유가 허용되는, 단축수업을 받는 기간에 불과하다.

고3생의 경우 방학 초기 5일에서 1주일 정도 쉬는 학교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기간조차도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다. 방학은 입시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대 고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의욕이 앞서도 몸이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는 시기가 또한 여름방학이다. 따라서 고3이라고 할지라도 며칠은 푹 쉬어야 한다. 1학기 동안 혹사시킨 몸과 마음을 잠시 쉬게 하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알찬 휴식은 집중력을 배가시키고 학습의 생산성을 높인다. 짧은 휴식 기간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알아본다.

▶ 사례 1

C군은 현재 K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다. 고3 때 여름휴가가 시작되자 이틀은 실컷 잠을 잤다. 3일째 되는 날 배낭에 김밥과 물, 간식을 넣고 영천 은해사로 가서 중앙암을 거쳐 갓바위까지 왕복 7시간 동안 산행을 했다. 가장 더운 시간대에 산행을 하며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 보고 꿈의 실현을 위해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리라는 다짐을 했다.

수험생에겐 산행이 최고라는 게 그의 얘기다. "단 하루만 시간을 내면 됩니다. 한낮 더위 속을 몇 시간 걷다 보면 모든 고통을 다 잊게 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몽롱한 무의식 속에서 앞으로 전진하는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이 경험을 한 번 하고 나면 앞으로의 공부가 힘들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 것입니다. 저는 수험생들에게 꼭 산행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고된 산행을 하고 나면 남은 여름이 전혀 힘들지 않을 것입니다. 하루 종일 땀을 흘리고 저녁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하산할 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와 성취감을 느끼게 됩니다."

▶ 사례 2

K양은 평소 책읽기를 좋아하는 S대 법학과 학생이다. 고3이 되자 입시와 관련된 책 외에는 자신이 정말로 읽고 싶은 책은 거의 읽을 수 없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보충수업 시작 전 5일 휴가 동안 '체게바라 평전'을 읽으며 나태한 삶을 반성하며 활력과 용기와 힘을 얻었다. "저는 게바라가 혁명가라고 해서 조금도 이질감이나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이데올로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한 인간이 자신의 이상과 신념을 위해 어쩌면 그렇게 철저할 수 있는가입니다. 게바라가 '자녀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에서 '훌륭한 혁명가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깊이 사랑하라'라고 했습니다. 이 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현실이 어렵고 마음 먹은 대로 성적이 나오지 않을수록 더욱 자신을 다독이며 스스로를 격려했습니다. 저는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역경과 맞서 가는 게바라의 전기를 읽으면서 고3 생활이 오히려 너무 편안하고 호사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적극적인 휴식 방법

고3생들에게 쉴 때 가장 하고 싶은 것을 물어보면 대개 이런 답변이 나온다. 바다나 산으로 짧은 여행을 하고 싶다, 실컷 자고 싶다, 책을 읽거나 비디오를 보거나 컴퓨터 게임 등을 하며 집에서 쉬고 싶다, 운동이나 봉사활동을 하겠다.…평소에 교실과 공부방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만성적으로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여행을 하고 싶어도 부모님 허락을 받기 어려워 집에서 잠을 자며 쉴 가능성이 크다고 답한다. 원 없이 잠을 자는 것도 스트레스를 풀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잠만 자기에는 뭔가 허전하고 아쉽다. 가만히 앉아서 모든 게 풀리기를 기다리기에는 쌓인 스트레스가 너무 많다. 입시 전문가들은 젊은이다운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휴식을 찾아보는 것이 생활의 활력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 자연 속으로=고3 수험생의 경우 바다보다는 산이 훨씬 바람직하다. 여름 바다는 사람을 들뜨게 하고 혼란스럽게 하지만 산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며 결의를 새롭게 다질 수 있도록 해 준다. 오가는 길이 가깝고 잘 아는 곳이라면 혼자서 가는 것도 괜찮다.

△ 책과 함께=하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고 몸과 마음이 지쳐 심한 의욕상실에 빠져 있을 때 그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신선한 자극이 필요하다. 이때 가장 좋은 도구는 감동을 주는 책이다. 진한 감동을 수반한 독서를 통해 수험생활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수험생들이 예상 밖으로 많다. 휴가 동안에 마음만 먹으면 두세 권 정도는 읽을 수 있다.

△ 마음 가는 대로=많은 수험생들이 휴가동안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움직이기보다는 아무 생각 없이 음악을 듣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만화책을 보며 자기만의 자유롭고 한가한 시간을 가지길 원한다. 이것도 좋은 휴식 방법 중의 하나이다. 짧은 기간이기 때문에 가정에서는 수험생을 이해하고 도와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 가족과 함께=많은 가정에서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 구성원 서로가 충분한 대화를 나누지 못한다. 대화가 단절된 가정의 수험생들은 일반적으로 후반기로 갈수록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다. 청소년들이 힘들고 지칠 때 궁극적으로 의지하고 힘이 될 수 있는 곳은 가정이다. 가능하다면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하루쯤 함께 모여 그동안의 수고를 서로 인정하며 앞으로 더욱 힘찬 생활을 하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사진:짧은 여름방학을 재충전의 시기로 생각한다면 아무 생각없이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만화책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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