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테러'네 탓 英-파키스탄 舌戰

입력 2005-07-19 10:26:35

영국과 파키스탄이 런던테러의 원인을 놓고 각기 다른 주장을 펼치며 정면 충돌했다. 선제공격을 한 것은 영국이었다. 지난주 영국 정부는 테러범들이 파키스탄의 이슬람 학교를 방문한 사실이 있음을 들어 이들 학교가 테러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파키스탄이 발끈했다. 무니르 아크람 유엔 주재 파키스탄 대사는 "영국이야말로 테러리스트 양성소"라면서 영국은 남을 탓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크람 대사는 17일 BBC 방송과 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파키스탄의 최고위급 외교관이 TV 방송을 통해 공개적으로 영국을 "테러리스트 양성소"라고 비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파이낸셜 타임스 18일자는 영국과 파키스탄이 런던 테러의 원인을 놓고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면서 이는 테러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한 양국간 공조에 큰 차질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런던 테러범들 가운데 한 명인 세흐자드 탄위르(22)는 파키스탄의 유명한 이슬람 학교인 '마드라사'에서 수학했으며 다른 테러범들도 최근 파키스탄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이런 사실을 들어 파키스탄의 일부 이슬람 학교가 알 카에다와 테러범들 사이의 연결 고리가 됐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해 왔다.

파키스탄은 영국 정부의 이런 태도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아크람 대사는 영국은 "내부 문제를 외부로 돌려서는 안 된다"며 "영국은 왜 영국 내 무슬림이 백인 사회와 통합되지 못하는지, 백인 사회가 무슬림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백인들의 편견과 차별이 영국 내 무슬림을 소외시키고 분노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아크람 대사의 이 같은 발언은 파키스탄 정부의 테러 근절노력을 영국 정부가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양국간 공조체제가 깨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런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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