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나눔이' 김삼봉씨

입력 2005-07-19 10:29:06

"아버지처럼 베풀고 싶어요"

"제 도움이 필요하다면 어디든 달려갑니다."

지난 15일 오후 달서구 두류 3동 여성장애인들이 살고 있는 '사랑의 공동체'. 8년째 세탁소를 운영해오고 있는 김삼봉(44)씨는 한 손에 세탁물을, 다른 손에는 음료수를 들고 이곳을 찾았다.

김씨가 나타나자 장애인들은 반갑게 맞아줬다. 그는 이들이 맡긴 옷들을 깨끗이 씻은 뒤 다리미로 다려주고 혹시 밀린 빨래가 없나 세탁기 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손에 익은 일이라 어느새 빨래를 끝내고 이들과 간식을 먹었다.

사랑의 공동체 조인숙(50·여)원장은 "김씨는 일주일에 꼭 한 번씩 뭘 사들고 찾아와 안부를 묻고 도와줄 일을 찾는다"며 "우리 동네 수호천사"라고 칭찬했다.

김씨는 두류지구대 방범부대장도 맡고 있다. 임무는 길거리에 쓰러져 있거나 위급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돕는 것. 지난 8일 새벽에는 한 노인(76)이 탈진한 상태로 길바닥에 누워있는 것을 발견, 자신의 세탁소로 데려가 물을 먹인 뒤 경찰에 연락해 집까지 데려다 줬다.

4년 전에는 10대 소매치기 3명을 맨발로 쫓아가 붙잡은 공적으로 달서경찰서로부터 50만 원의 상금을 받아 그 돈을 또다시 이웃을 위해 쓰기도 했다.

새벽시간대 우유배달까지 하는 그는 차비가 없어 방황하는 10대 청소년, 홀몸노인 등에게 주려고 매일 주머니에 5천 원씩 넣고 다닌다. 김씨는 "두류공원 일대에는 갈 곳 없는 불우한 이웃이 많기 때문에 차비 정도는 항상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번 돈으로 매월 형편이 어려운 2,3가구를 정기적으로 돕고 있다.

이런 선행 덕에 김씨는 동네 사람들에게 '사랑나눔이'로 불린다. 김씨는 "10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이웃들에게 선행을 베푸는 것을 보고 성장한 탓에 자연스레 이를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의 도움을 받아온 오정탁(41·시각장애 6급)씨는 "쌀이 떨어질 때쯤이면 쌀을 갖다주고 용돈이 부족할 듯싶을 때 돈까지 주는 '친형'같은 존재"라고 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사진: 달서구 두류 3동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삼봉씨(왼쪽)가 사랑의 공동체 숙소를 찾아 여성장애인들에게 무료로 세탁한 옷을 전해주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