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뮤직-세계로 열린 창/심영보 지음/해토 펴냄

입력 2005-07-16 13:13:54

낯선 음악에 귀기울여봐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을 아십니까?'

정확하게는 1950년대 전성기를 구가한 쿠바 뮤지션들의 앨범 타이틀이지만 우리에겐 독일의 거장 빔 밴더스 감독의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Buena Vista Social Club·1999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늙은 뮤지션들이 선사하는 완숙한 음악의 아름다움을 쉽게 잊지 못한다. 낯선 쿠바음악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엮은 이 영화에는 기타와 보컬, 이름도 모를 쿠바 타악기들이 만들어내는 편안하면서도 독특한 흥겨움이 속삭이듯 귀에 감긴다. 전세계 예술영화 팬들의 찬사를 받았고, 2001년 국내에서도 선보여 쿠바음악 팬들을 많이 만들어냈다. 1950년대 가수와 연주자로 전성기를 누렸던 뮤지션들이 기억에서 잊혀졌다 인생의 늘그막에 발표한 음반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이 세계적으로 히트, '쿠바의 살아 있는 전설'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영화의 절반 이상이 쿠바 음악가들의 삶을 들려주는 인터뷰이고, 암스테르담 공연 모습을 교차 편집해 음악을 통해 그들의 소박한 삶을 보여준다. 한때 전성기를 누리다 세월 속에 묻혀져 반평생을 아바나 뒷골목에서 구두닦이를 하던 보컬리스트 이브라함 페레르, 매력적인 저음의 목소리 주인공 가수 겸 기타리스트 꼼빠이 세군도, 쿠바의 3대 피아니스트로 손꼽힐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졌지만 80세가 넘어서야 첫 솔로 음반을 낸 루벤 곤잘레스. 이들이 살아온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쿠바음악은 우리의 내면을 크게 흔든다.

'월드뮤직-세계로 열린 창'은 세계 각국의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으로 안내하는 책이다. 영미권 중심의 획일적인 대중음악에 대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월드뮤직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기 때문. 월드뮤직은 최근 영화나 드라마, CF를 통해 소개되면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6월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영화 '집시의 시간', '아리조나 드림', '언더그라운드'에서 영화음악을 맡았던 고란 브레고비치가 집시 브라스밴드와 함께 내한 공연을 갖는 등 월드뮤직 아티스트들의 방한도 이어지고 있다.

월드뮤직이란 무엇인가? 월드뮤직은 원래 음반사들이 마케팅을 위해 만든 용어다. 서구 팝도 아니고 민속음악도 아닌 새로운 음악을 음반시장에서 판매하기 위해 탄생시킨 것. 방송국 음악프로듀서인 저자 심영보씨는 월드뮤직을 민속음악과 민속음악에 서구 대중음악의 어법을 도입해서 현대적인 감각으로 만든 현대화된 민속음악의 중간 형태로 규정하고 있다. 그는 국가와 민족의 경계를 넘어서 지구촌의 모든 민족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타자에 대한 이해가 동반되어야 하며 월드뮤직의 가치는 이러한 타자에 대한 이해를 돕는 데 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단순히 아티스트나 음악에 대한 정보를 담은 입문서가 아니다. 음악의 탄생과 변천 과정 등을 각 나라의 역사·문화·사회적 배경과 함께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문화사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12개의 키워드 아래 대표적인 월드뮤직들을 묶어서 들려준다.

먼저 혼합문화의 중심지 항구에서 만들어진 그리스의 렘베티카, 포르투갈의 파두, 아르헨티나의 탱고 이야기가 담겨 있고, 스페인 집시 음악 플라멩고와 유대인의 음악도 소개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유럽 음악의 만남으로 새로운 음악을 탄생시킨 쿠바 음악, 삼바로 대표되는 브라질 음악, 자연을 닮은 북미 인디언과 중남미 인디오 음악 등이 자세하게 실려 있다.

또 조국에서 추방돼 프랑스에서 눈을 감은 아르헨티나 음유시인 아따우알빠 유빵끼, 칠레 민중운동과 문화운동의 기수 빅토르 하라 등 사회현실을 비판한 뮤지션들의 음악에서 살사, 메렝게, 맘보, 차차차 등 춤과 관련된 라틴아메리카 음악까지 자세한 그 뒷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민속음악의 부활을 시도하고 있는 나라들과 말리·세네갈·콩고·나이지리아·카메룬·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음악, 음악의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는 아랍·인도·중국음악, 터키 대중음악 아라베스크, 그루지야의 식탁의 노래, 트리니다드의 칼립소 등 일상적인 삶을 담아내고 있는 음악이 눈길을 끈다. 가장 기본적이면서 완벽한 악기인 목소리가 들려주는 음악, 세계화 흐름 속에서 도태되지 않고 발전해 나가는 음악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각 장에는 실려 있는 추천 음반리뷰도 유용하고, 엄선한 17곡의 음악이 담겨 있는 CD부록은 감미롭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