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책읽기'글쓰기'

입력 2005-07-16 10:52:23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에 '내신 전쟁'이 한창이라고 한다. 새로운 대학 입시제도의 첫 적용 대상이 되는 1학년들의 내신 경쟁이 전쟁을 방불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 과목은 물론 예'체능 과목까지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하므로 '교실 풍경'이 종전과는 달라져 버렸다. 게다가 서울대 등 서울의 주요 대학들이 2008학년도 입시부터 논술의 비중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본고사 부활론'이 제기되는 등 정치권까지 가세해 이 문제를 두고 논란이 증폭되기도 했다.

쪊하지만 선진국에선 대학 입시에 논술이 큰 비중을 차지해 온 지 오래다. 미국에선 '에세이'가 당락을 좌우하며, 프랑스에선 대학에 가려면 전 과목 논술시험인 '바칼로레아'(고교 졸업 자격시험)를 치러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지금 서울대 등의 '통합교과형 논술' 문제로 논란이 거세지만, 지금까지 초'중'고교 교육에 책읽기와 글쓰기가 등한시돼 온 점과 무관하지 않다.

쪊미국의 초'중'고교 교육과정에는 책읽기와 글쓰기가 중요한 학습 목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하자면, 논술 교육이 교과과정 전체에 통합돼 있으므로 글쓰기가 일상화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영국도 거의 마찬가지다. 초'중'고교 교육에는 물론 대학 입학시험에도 서술형 문제들이 출제되기 때문에 글쓰기와 말하기 교육은 중시되고 있다. 역시 발표하기'토론'리포트 작성 등이 일상화된 경우다.

쪊우리나라 교육은 오랫동안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교과서로 공부하고, 학교나 학원에서 참고서로 암기 위주의 지도를 받아 왔다. 그게 대학 입시를 위해서는 거의 절대적이었던 셈이다. 이 때문에 우리의 교육은 대학 진학이 지상 목표일 정도로 수능에 매달리고, 그 시험의 점수를 조금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전력투구했었다. 이제 좀 달라지려 하지만 그게 또 여의치 않다.

쪊우리의 '백년대계'는 갈팡질팡이었다. 정권이나 교육부 장관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게 마련이었다. 이번 새 대입제도를 싸고도 논란과 갈등이 거듭되고 있는 형편이다. 아무튼, 입시를 위한 교육도 중요하나 공교육 정상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다. 창의력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그 요체라 할 수 있는 책읽기와 글쓰기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건 옳을 것 같다.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떠올린다면 그 답은 이미 나와 있지 않은가.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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