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뒤 작열하는 태양, 치솟는 불쾌지수에 마음은 벌써 산과 계곡으로 향하고 있다. 다음주부터는 본격적인 휴가철. 도시를 빠져 나가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무작정 자동차에 몸을 싣기보다는 올해만큼은 볼 만한 문화의 현장으로 온 가족이 피서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주말·휴일도 마찬가지. 대구에서 자동차로 1, 2시간이면 족할 거리에서 새로운 무대가 펼쳐진다. 알싸한 풀 냄새와 맑은 바람을 벗삼아 즐길 수 있는 대구 인근의 야외 연극축제를 소개한다.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올해로 5회째를 맞는 '2005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는 자연과 생명, 젊음이 어우러지는 국제 실험연극제. 16일부터 31일까지 밀양연극촌 내 3개 극장과 밀양 남천강 강변극장에서 마련된다. 올해는 국내외 공식 초청작과 젊은 연출가전, 대학극, 연희단 거리패 고정 레퍼토리 등 모두 35편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축제는 '접촉(Contact)'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동·서양 예술의 형식과 장르, 국적 간의 경계를 넘나든다. 국내외 젊은 연극인들이 함께 꾸미는 춤극 '피의 결혼'과 한국인 연출가와 외국 배우들이 하모니를 이뤄내는 '죄와 벌', '코디네이츠 2(COORDINATES 2)' 등이 주목할 만하다. 특히 무용가 하용부와 독일 안무가 헤르게가 만들어내는 작품 '몸의 움직임'은 동·서양 신체미학의 소통 가능성을 보여준다.
서양 고전을 우리 식으로 풀어낸 작품들도 볼 만하다. 마당극 '해랑과 달지', 뮤지컬 '로미오를 사랑한 줄리엣의 하녀'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다양하게 변주한다. 극단 시선의 '양반놀음'은 몰리에르의 '서민귀족'을 한국적으로 풀어낸다. 시와 춤, 연극이 융합한 '오월의 신부', 춤극으로 변용된 스페인 시인 로르카의 '피의 결혼'도 볼거리.
어린이 명창무대와 젊은 대학극, 일본 극단 신주쿠양산박의 '바람의 아들', 아카펠라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등 가족형 국내외 공연도 열린다. 055)355-2308, www.stt1986.com
◇거창국제연극제=짙은 녹음과 계곡을 무대로 펼쳐지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야외 연극축제 '제17회 거창국제연극제'는 오는 29일부터 내달 17일까지 경남 거창군 수승대 일원과 거창문화센터에서 열린다.
'감성의 숲에 꽃들이 피어나다'를 주제로 국내·외 9개 국 45개 작품이 모두 199회의 무대를 수놓을 예정. 단편실험영화전, 패러글라이딩 등 문화체험행사와 국내 학술세미나, 연극 아카데미, 희곡읽기 드라마스쿨, 희곡창작실습, 부모님과 함께하는 연극놀이 등 다채로운 부대 행사도 마련된다. 옛 서원, 대나무숲, 돌담길, 수상무대, 거북바위 등 수승대 일대의 자연 환경 속에서 연극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
한국, 루마니아, 일본, 프랑스, 독일, 페루, 러시아, 브라질 등 국내·외 유수의 단체가 참가하며 실험극, 가족극, 마당극, 국악 뮤지컬, 발레, 마임, 거리 인형극 등 풍성한 장르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여름휴가와 문화욕구를 접목시킨 '바캉스 시어터'도 관심을 끈다. 거창국제연극제를 관람하고 금원산 자연휴양림, 거창관광호텔, 허브농장 펜션 등의 숙박시설을 이용하면서 주변 휴양지를 둘러볼 수 있게 만든 패키지 상품이다. 055)943-4152, www.kift.or.kr
◇포항바다국제연극제=오는 22일부터 31일까지 열리는 포항 바다국제연극제는 올해로 5회째. '문화가 살아 숨쉬는 바다'를 주제로 포항 환호 해맞이공원 내 3개 야외무대에서 연극 잔치를 벌인다. 영일만과 어우러지는 포스코 주변 야경이 일품.
개막작인 극단 거울의 '피그말리온의 사랑'(백은정 작·연출)을 비롯해 한성뮤지컬컴퍼니의 록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극단 성좌 '아카시아 흰 꽃은 바람에 날리고', 극단 피악의 '일어나라 알버트', 극단 차이무 '행복한 가족', 극단 대경사람들 '혼돈의 시대' 등이 무대에 오른다.
또 독일, 폴란드, 루마니아 등 해외 초청작품으로 꾸미는 '동유럽 전'이 눈길을 끈다. 특히 폐막작인 루마니아 라두 스탄카 국립극단의 '백치'는 2001년 루마니아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됐다. 어린이 인형극과 댄싱팀, 전통무용단, 현악 연주단 등도 볼거리. 054)283-1152, www.pbitf.com
◇제18회 전국민족극한마당=내달 4~7일 경북 성주군 성밖숲 일대와 성주 문예회관에서 신명나는 한판 난장이 펼쳐진다. 한국민족극운동협회가 주최하는 이번 축제에는 전국 12개 극단이 함께하는 공식참가작 12개 작품과 함께 '마당극 좋다', '1인극(김헌근)', 마임 등 자유 참가작과 '자인팔광대', '이름없는 극단' 등 초청 기획 공연들이 흥을 더할 예정.
또 전국에서 몰려온 300여 명의 광대들이 축제기간 내내 함께 숙식하며 공연을 관람하고 토론하며 교류하는 등 자연스러운 여흥을 즐기게 된다. 4일 오후 8시 성주풍물패 연합의 '길놀이'와 달성다사농악단의 개막굿으로 시작되는 이번 연극제는 극단 함께사는세상의 '춘향전을 연습하는 여자들', 일터 '달밤블루스', 열림터 '공해강산 좋을씨고', 큰돌 '밥상을 엎어라', 신명 '수월래 수월래', 한라산 마당굿의 '세경놀이' 등이 릴레이 공연을 펼친다. 054)931-5341, www.hanmadang.org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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