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思考로 "회사가 삶터" 맡은 일에 최선 다했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리처드 그라소. 90년대 후반 미국 증시활황을 이끌었던 그는 명문가 출신이 대부분인 뉴욕 금융계에서 대학 졸업장도 없이 최고 자리에 올라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했다.
1968년 80달러 남짓한 주급을 받는 등록부 직원으로 NYSE에 입사한 그가 30여 년 만에 1억4천만 달러의 보수를 받는 자리에 오른 것은 특유의 '친화력' 덕분이었다. 직원들의 이름을 줄줄이 외는 것은 물론 거래소 규정이나 관행까지 꿰고 있어 식당 종업원부터 최고 경영진까지 그를 '친구(friend)'로 불렀다는 것. 맨처음 말단 단순직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계기도 바로 '친구'가 만들어줬다. 강력한 리더십과 일에 대한 집착, 그리고 친화력은 그라소를 정상에 이르게 한 비결이었다.
누구나 CEO가 되기를 원하지만 아무나 CEO가 될 수는 없는 게 엄연한 현실. 그라소처럼 한 기업의 CEO가 된 인물들은 나름의 성공 비결을 갖고 있다. 대구·경북 CEO들이 털어놓은 '내가 CEO가 된 비결'은 CEO가 되기를 꿈꾸는 이들에게 훌륭한 좌표 역할을 하고 있다.
▨ "매 순간을 열심히 살았다"
대학 졸업 후 신입 행원으로 대구은행에 입사, 35년 만에 CEO의 자리에 오른 이화언 은행장. 매 순간을 열심히 산 것이 CEO가 된 비결이라고 털어놨다. "일을 할 때에 요령을 피우거나 대충하는 성격이 아니었어요. 한 가지를 해도 그 부문에서는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매사에 임했는데, 이러한 것들이 오늘의 저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됐습니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지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주위 사람들이 인정해주고, 인생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좋은 결과는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고, 그 과정이 좋아야 한다"고 했다. 이 행장은 '아침형 인간'이 되는 것도 성공 비결의 하나로 꼽았다.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많이 잡는다는 말도 있다"며 "어학공부, 운동 등으로 아침을 잘 활용하고, 바쁜 일과 속에서 자기계발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게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귀띔했다.
(주)포스콘 신수철 대표도 업무에 최선을 다한 것이 CEO에 오른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포스코에 입사한 후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지요. 어떠한 어려운 문제가 닥치더라도 기필코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일을 했고, 맡은 부문을 개선·발전시켜 세계 최고의 수준을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일을 했습니다." 사물에 대해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보단 문제의 본질이 어디 있는지를 깊이 살펴보고, 근본적인 해결을 도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하 직원들에 대해서는 노고를 인정해 주며, 사랑으로 대한 반면 중간 관리자나 책임자에 대해서는 비교적 엄격하게 목표관리에 충실하도록 요구했다"며 "그러나 구체적인 문제 해결 방법은 그들의 선택을 존중했다"고 털어놨다.
▨ "남들보다 앞선 사고를 가져라"
대아산업 등 4개 계열사를 경영하며 구미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박병웅 대표. 72년 한일합작회사인 한국테레비주식회사(지금의 KEC)에 근무하면서 맺은 한 일본인과의 '인연'이 CEO가 되는 길을 열었다고 소개했다. "열심히 일하고 모든 일을 꼼꼼하게 처리했어요. 이를 눈여겨본 일본인 상사가 포장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한국에서 포장에 관한 사업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의했고, 이것이 대아산업을 설립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박 대표는 "고 정주영 회장은 기아자동차를 인수할 때 주위에서 만류하자 삼성자동차가 인수한다면 삼성과의 경쟁으로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한다며 인수를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항상 남들보다 앞서나가는 사고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LG전자 구미사업장 윤상한 부사장은 '빠르게, 유연하게'를 신조로 삼아 회사생활을 했다고 밝혔다.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함과 빠르게 변화할 수 있는 속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업무를 추진해 왔어요. 또 기회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고 봅니다." 시간표에 맞춰 아침 일찍 출근해 밤 늦게까지 성실하게 일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자율적인 의지와 창의성을 갖고 그 일의 목표에 맞게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이라는 게 윤 부사장의 지론. "일에서 보람을 느끼고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며,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면 생산성도 배가되고 건강과 행복한 삶도 자연스레 따라온다"고 했다.
▨ 직장은 '나의 삶터'
'구미 300억 달러 수출신화'의 주역인 삼성전자(주) 구미사업장 장병조 공장장(전무). "구미사업장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지금까지 한 번도 옮기지 않고 한곳에서 26년을 일했어요. 근면 성실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혁신으로 사업장을 단순한 일터가 아닌 삶터로 인식하며 생활한 것이 임원이 된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인연을 맺은 모든 임직원들에게 따뜻한 정성과 관심을 갖고 무엇을 해줄 수 있을 것인가를 항상 고민하고 있다"며 "원칙과 소신을 지키고, 삶터를 사랑하고 땀 흘리며 노력한 덕분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 다양한 경험도 중요
SI(시스템 통합) 업체인 (주)e-SIS 이훈 대표는 부친의 사업 실패로 어려운 학창시절을 보내면서도 '미래'를 준비했다. "우선 가난을 타개하기 위해 전기공학을 전공하면서 전기기사 등 4종의 자격을 취득했어요. 군복무를 하면서는 기회가 되면 전문 경영인이나 사업을 한번 해야겠다는 마음에서 경영학 공부를 했고, 전산관련 자격증도 땄습니다." 공인회계사 응시-자동차 부품회사 입·퇴사를 거친 후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정보서비스업이 창업비용이 적게 들고, 미래 비전이 밝겠다는 판단에서 회사를 창업한 그는 "아직 성공한 CEO라고 말할 수 없지만 사업을 시작한 이후 19년 동안 정말로 열심히 살아오고 있다"고 밝혔다.
코오롱 구미사업장 조희정 부사장도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을 CEO가 된 비결로 꼽았다. 섬유공학을 전공하고, 화학섬유회사에 입사해 생산업무 외에 신규사업과 마케팅 업무 등을 두루 맡아 본 것이 도움이 됐다는 것. "꾸준히 한 분야에서 한눈팔지 않고 앞만 보고 걸어온 것이 오늘의 나를 만든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병대를 제대한 후 '안 되면 되게 하라'는 군인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고, 어렵고 힘들 때를 버텨온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 "CEO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라"
이상철 KEC 부사장(공장장)은 "KEC의 걸음마 때부터 지금까지 지나온 길들을 되돌아보면 중요한 전환점이 있었다"며 CEO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프로젝트 업무를 수행한 것을 비결로 손꼽았다.
"황무지 같은 후진국에 해외공장을 처녀건설하면서 건설공사부터 제조공장 정상화까지 모든 일들을 맡아서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어려움과 역경을 이겨낸 시간들이 CEO가 되는 교두보를 마련한 것 같습니다." 한 분야만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회사 전체의 유기적인 체계를 고민했고, 그 고민들이 좋은 결과로 돌아왔다고도 했다. "프로젝트 업무를 수행하면서 혁신과 도전에 부합하는 정신은 물론 CEO가 갖춰야 할 강한 리더십과 추진력을 배웠다"고 털어놨다.
▨ "큰 나무를 본받아라"
패션몰 엑슨밀라노를 경영하는 이승일 대표. 작은 회사의 사장이라도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대구백화점에서 CEO의 자질을 길렀다고 얘기했다. "백화점에서 기획, 신규개발, 인사, 신용, 특수영업,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고, 회장·사장님들의 현장 경영과 철두철미한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여러가지를 느끼고 배웠습니다." 남의 눈을 속이지 않고 매사에 자신감을 갖고 매일 매일 자기 업무에 충실한 자세를 가지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보안시스템 전문업체인 HA코리아 이상락 대표는 시장에 유통되는 제품을 스스로 개발한다는 매력 때문에 사업을 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사업을 하면서 내가 CEO로서 부족한 부분을 알게 됐고, 다시금 전문 CEO가 되기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며 "큰 기업을 경영하는 CEO들의 철학을 나의 상황에 적용시켰을 때 새로운 아이디어로 태어난 것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경험을 하는 과정에서 CEO의 역할에 더욱 매력을 느끼고 있어요. 어려운 경제 상황이지만 끊임없는 땀방울을 통해 CEO의 가치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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