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걸고 라오스 아편밭 찾았죠"…경일대 조명희 교수

입력 2005-07-14 16:28:33

"지리정보 지역 전략산업 가치 충분"

"지구촌 어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지리정보시스템(GIS)과 위성영상으로 다 알아낼 수 있습니다. 서울이 열섬현상으로 뜨거워지는 것도, 지구촌의 '골든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라오스 고산지대에서 마약이 대량 밀작되는 것을 적발한 것도 다 GIS와 위성영상 덕분이죠. 이 GIS와 위성영상 시스템은 산업활용도가 무지 높아서 대구경북의 전략산업으로서 그 효용성과 생산성은 충분한데도 지역에서는 인식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실제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GIST)에 그 센터를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가 퇴짜 맞았거든요. 국경조차 없어진 무한경쟁시대에 다른 도시, 다른 나라보다 더 잘 살려면 한발 앞선 발전전략을 세워야죠. 그렇지 않으면 도시가 뭘로 먹고 살 수 있나요. 미래를 담보할 수 없지 않습니까. 점점 위축되는 도시에 젊은이들이 모여들고, 관광객은 찾아올까요. 미래지향적인 정책수립과 그에 대한 수용정신이 필요합니다."

최근 과학기술부가 주관한 미래국가유망기술위원회가 처음 열렸을 때 전국의 매스컴은 딱 두사람에게 고정됐다. 한 사람은 세계 생명공학의 중심인물로 떠오른 황우석 서울대 교수였고, 또 한 사람은 조명희(曺明姬·50) 경일대 도시정보지적공학과 교수였다.

이 위원회는 황우석 교수 외에도 윤종용 삼성부회장(한국 한림원 회장)을 비롯한 기라성 같은 멤버 20여 명이 포진하여 15년 내지 20년 뒤의 한국 미래를 설계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이름도 모르는 지방 사립대에 재직중인 여교수가 발탁되자 회의장은 벌컥 뒤집혀졌다.

대구도 아닌 경산, 국립대도 아닌 지방 사립대, 남자도 아닌 여자인 조 박사가 미래국가유망기술위원회에 전격 발탁된 이유는 딱 하나. 세계 각국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지리정보기술에서 최고 권위자란 얘기다. 그것도 국내용이 아니라 세계가 알아줄 정도의 실력파다. 이 위원회에서 조 교수는 국토 관리와 사회 인프라 분야의 99개 과제 중 가장 핵심적인 과제를 선정하는 역할을 맡았다.

조 교수가 UNDP(국제연합개발계획)가 주도한 '라오스 프로젝트'에 동참할 수 있었던 것도 탄탄한 실력 덕분이다. "아편꽃이 피면 지열의 온도가 주변과 달라지는 게 위성영상에 다 나타나요. 그래서 라오스 산악지대에서 비밀리에 키우던 대규모 아편밭을 유엔이 적발하게 됐던 거예요."

조 교수는 라오스 프로젝트에 참가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생명의 위험까지 감수했다. 기실 라오스는 사실상 일교차가 심하고, 연무가 자주 끼는 기후여서 아편 재배와 관련된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거기에 아편으로 먹고사는 인접국의 블랙조직과 연관되어 비밀스레 아편을 재배하고, 인근 메콩강을 통한 밀반출이 늘어나 국제사회의 큰 골칫거리였었다.

"제안이 들어와 라오스 프로젝트에 동참하려니, 시아버지(월남전시 청룡부대장 정태석 사령관)께서 심하게 말리셨어요. 잘못하다간 현지에서 쥐도새도 모르게 죽창에 찔려 죽는다구요.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는 라오스와 정식 국교를 수립하지 않아 위험천만이었죠. 그래도 유엔사업단의 일원으로 4번이나 라오스 현지를 다녀오고, 지리정보시스템에 위성영상까지 결부시켜 아편재배지역을 정확하게 적발해냈죠. 다시 한번 하라면요, 글쎄 못할 것 같아요. 너무 겁나죠."

경북대(지리학과)와 일본 도카이(東海)대 두 군데서 박사를 딴 조 교수는 첨단 학문인 공간정보기술의 국내 1인자다. 공간정보기술이란 지리정보시스템(GIS), 위성영상 및 항공레이더시스템(RS), 위치추적시스템(GPS), 지능형교통시스템(ITS)을 이용하여 생활에 유용한 응용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을 말한다.

GIS, GPS, RS, ITS는 융합될 때 활용도가 엄청나지만 독자적으로도 왕성하게 쓰이고 있다. 근래 서울에서 항공사 여승무원이 피살 됐을 때, 가해자(택시운전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그 택시에 탑재됐던 GPS가 증거가 됐다.

대구시시설관리공단에서 발주한 가로등정보관리시스템의 경우 대구시 중구, 동구, 수성구의 가로등 4만3천여 개를 관리하는데, 가로등 고장 및 수리여부, 연도별 전기요금 및 전력량, 전구교체 일자, 점등과 소등 등을 한꺼번에 할 수 있다.

"사람이 지구를 떠나서는 살 수 없잖아요. 토지는 한정돼 있고, 사람은 많고 땅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토지나 환경을 가장 효율적으로, 안전하게 사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를 위해 조 교수는 석박사 과정을 만드는 한편, '디지털 지구', '디지털 대한민국'을 지향하는 교내 벤처 '지오 시엔아이(Geo C&I)'를 만들었다.

지오 시엔아이에서는 멀티미디어 GIS를 이용하여, 경상북도 산림정보 원격탐사시스템, 해양수산부 연안위험취약지역정보시스템 2단계, 한국기상학회 도시지역열환경분석, 경산시 도로 및 지하시설물도, 북제주준 산림정밀지도 등을 맡았다. 최근 조 교수는 소나무 재선충의 정보관리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작업에서는 미국의 상업위성을 사서 활용했다. 하지만 올 연말, 우리나라에서 아리랑2호를 발사하고, 2008년 아리랑5호까지 쏘게 되면 작업환경은 훨씬 더 나아진다.

"그때쯤 되면 지상 80cm에 있는 물체까지 앉아서 다 컨트롤하게 되죠." 요즘 조 교수는 인재확보를 위한 장학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리정보시스템과 위성영상을 공부하도록 조언해준 은사(경북대 지리학과 조화룡 교수)와 경일대에 첫 부임했을 때 총장(이효태)께서 기기를 사주고 연구기반을 조성해주어서 오늘의 제가 있게 됐습니다." 두 분께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제자들에게 되돌려 갚고 있는 조 교수는 2000년부터 지금까지 1억3천만 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글 최미화 편집위원 magohalmi@imaeil.com

사진 정재호 편집위원 jhchu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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