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병으로 인한 감기와 콧물

입력 2005-07-14 15:46:18

여름철 차가운 음식·에어컨이 주범

인간은 36.5℃를 유지해야 하는 항온 동물이다. 요즘처럼 30℃를 오르내리는 여름철에는 시원한 에어컨과 아이스크림, 청량음료를 많이 찾게 된다. 그러나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에어컨과 냉장고의 홍수 속에 빠진 우리 몸은 36.5℃의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곤혹스럽다. 코에 들어오는 에어컨의 바람은 0.25초 만에 36.5℃를 유지해야 코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고, 아이스크림이 위장에 들어왔을 때에도 36.5℃로 유지돼야만 위장이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이렇게 체온이 조절되지 못하면 콧물이 난다든지 설사가 나게 되는 과민한 상태가 된다. 이것이 코에서 나타나면 한랭성 혹은 냉방병으로 인한 알레르기 비염이다.

우리 몸의 소화기관은 구강에서 항문까지 총 길이가 약 8m다. 석빙고의 입구와 내부처럼 코와 장도 하나의 긴 관으로 이루어져 있는 구조여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인체는 아주 미묘하게 만들어져서 차가운 얼음이나 끓인 물도 일단 몸에 들어오면 짧은 시간 안에 거의 체온과 같은 정도로 조절된다.

이런 이유로 차가운 얼음이나 물이 소화관에 들어와 열을 손실시키는 면적은 체표의 면적보다 200배나 된다. 그만큼 복사, 전도, 증발로 인해 끼칠 체열 손실은 엄청나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차가운 음료수를 마시게 되면 체내의 소화기계는 한 번의 자극이 아니라 연이은 충격을 받게 되어 인체의 활동성마저 떨어지고 면역능력도 약화된다.

이러한 상황이 오면 어른도 버티기 쉽지 않으며, 아이들의 경우엔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큰 감자와 작은 감자를 익히면 작은 감자가 금방 익는 것처럼 어린이의 체온은 외부적인 자극에 쉽게 변화되기 마련이다. 어린이들은 양기가 넘쳐나 늘 온몸으로 갈증을 느끼게 되어 아이스크림이나 차가운 음료수를 찾게 된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자주 접하게 되면 내부의 광범위한 소화기계에서 감응한 냉기는 외부 체표에까지 쉽게 전달되게 마련이다. 결국 전체적인 피부의 방어능력과 면역능력이 떨어져 곧잘 감기에 걸리게 된다. 치료를 받고 약을 복용해도 병세의 차도를 금세 느끼지 못하는 것은 이처럼 차가운 음식물이 내부와 외부의 방어능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의식주의 상태는 질병의 목록에 꼭 들어맞고, 의복의 양식, 난방과 조명 등의 주거 생활방식은 그 시대 질병의 역사를 다시 쓰게 한다. 질병은 문명에 의해 만들어지고 또 질병은 문명을 만들어 왔다.

현대에 와서 냉장고라는 문명의 이기는 어느 집이고 예외 없이 갖추어져 있다. 차가운 물과 얼음은 늘 준비된 상태이고 특히 어린이들 혼자서도 쉽게 접근하여 먹고 마실 수 있다. 마시고 먹을 동안은 시원하지만 얼마 지나면 그 동안 체열은 떨어지고, 반복되는 열 손실은 석빙고에서처럼 코에까지 영향을 주게 된다. 결국 여름철 코 질환의 주범은 냉장고와 아이스크림인 셈이다.

원인이 명확해지면 치료도 손쉬워진다. 코 질환이 어느 정도 치료되다가 갑자기 맑은 콧물이 생기면 환자들은 으레 감기로 오인한다. 하지만 이 증상은 감기가 아니고 찬 음식을 지나치게 먹기 때문에 몸의 열이 식어 일어나는 일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삼계탕을 먹거나 보신탕을 먹어서 외부로 흘러나간 체온을 내부에서 채워주고 열의 근원을 보충해 주었다. 이와 같이 내부가 차가워지고 체온 조절이 힘든 냉방병이나 한랭성 알레르기에는 한방이 도움이 된다. 곽향정기산, 영강감미신하인탕, 이중탕 등은 삼계탕처럼 내부가 차가워져서 위태로워지는 한랭성 알레르기나 여름철에 생기는 감기를 잘 치료한다. 단지 콧물이나 열을 떨어뜨리는 대증적인 치료가 아닌 원인을 제거하고 증상을 없애주는 것이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도움말:이상곤 대구한의대 부속 한방병원 교수

사진: 더위를 식혀주는 에어컨과 찬 음료 등은 여름철 코 질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사진은 침으로 코 질환을 치료하는 모습. 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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