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7개월만의 그라운드 '복귀'

입력 2005-07-14 07:50:02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습다. 은퇴한 제게 이런 영광스러운 자리가 마련될 줄은 몰랐습니다."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36) 대한축구협회 이사가 후배들과 함께 오랜만에 그라운드를 누볐다.

고려대 개교 100주년을 맞아 13일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고려대 프로 올스타팀과 PSV 에인트호벤(네덜란드)의 친선경기에서 홍명보는 오랜만에 모교 유니폼을 입고 현역 선수들과 부대끼며 땀방울을 흘렸다.

지난해 10월 은퇴를 선언한 홍명보로서는 소아암 어린이를 돕기 위한 자선경기(2004년 12월)에서 뛴 이후 7개월만에 처음으로 정식으로 축구화를 신어본 것.

은퇴 이후 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머물며 축구 행정가의 길을 모색해온 홍명보이지만 역시 팬들이 그를 보고 싶어한 곳은 다름아닌 녹색 그라운드 위였다.

홍명보는 이날 현역으로 활약 중인 후배들에게 스타팅 멤버를 양보하고 벤치를 지켰지만 양복을 벗어던지고 후반 들어 가벼운 달리기로 워밍업을 시작하자 한쪽 스탠드를 붉게 물들인 고려대 응원단은 환호성을 내지르며 술렁이기 시작했다.

기회가 온 것은 0-1로 뒤지던 후반 14분. 홍명보는 김정우(울산) 대신 교체투입돼 스리백 수비라인의 중앙을 맡았다.

월드컵 본선 4회 연속 출전, 2002한일월드컵 4강 진출의 수훈갑으로 국민적 인기를 한몸에 받았던 홍명보의 등장은 상대팀 에인트호벤의 이영표(28)나 신세대 스트라이커 박주영(20.서울) 못지 않은 커다란 함성을 이끌어냈다.

홍명보는 지난달 말 귀국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홍보대사 위촉식 등 바쁜 국내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이날 일전을 대비해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던만큼 흠잡을 데 없는 플레이로 30대 후반의 나이를 무색케 했다.

전반을 0-1로 뒤졌던 고려대는 후반 들어 에인트호벤이 베네고어 오브 헤셀링크, 헤페르손 파르판 등 주전 골게터들을 투입했지만 홍명보가 이끄는 수비진의 활약으로 더이상 추가 실점없이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홍명보는 "처음 0-0이었을 때는 들어가기가 꺼려졌다. 들어간 시간이 적절했던 것 같다"면서 "오늘 경기는 학창 시절 연세대와 정기전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귀에 익은 응원가가 많이 들려 학교 때 생각이 많이 났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경기가 더욱 의미가 있었던 것은 98프랑스월드컵 당시 적장이자 2002한일월드컵을 지휘했던 거스 히딩크 에인트호벤 감독과의 대결.

홍명보는 "98프랑스월드컵 때 0-5로 졌던 팀(네덜란드)의 감독을 상대로 게임을 해 두배로 기뻤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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