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피아니스트' 경산 이수미양 금의환향

입력 2005-07-13 14:47:45

14세 때 교수추천서·38만원 달랑 들고 독일로…

'피아노만 칠 수 있는 나라에 가고 싶다.' 14세 때 38만 원의 돈과 교수추천서 한 장을 들고 홀로 떠나 독일에서 온갖 시련을 이겨내고 독일 연방 청소년 콩쿠르 역사 42년 만에 처음 심사위원 6명 만장일치로 대상을 차지해 독일 전역을 깜짝 놀라게 했던 이수미(19) 양. 하노버대학 진학을 앞두고 잠시 경산 집에 들렀다.

"생계가 막막했지만 딸의 꿈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했기에 유학을 보냈다"는 아버지 이연식(48)·어머니 하영숙(46)씨 부부는 꿈을 이룬 딸을 대견스러워했다.

독일에 도착한 이 양은 마땅한 거처가 없어 한인성당에서 생활하다 3개월 정도 뒤 동베를린 음대 예비대학생으로 바흐 김나지움(중·고교 과정)에 입학해 기숙사에 들어갔으나 아버지가 노점상 등을 해 보내 준 매달 60여만 원으로 생활하느라 끼니도 많이 굶었다. 그런 역경 속에서도 피아노에만 매달렸다. 마침내 이 양은 지난 5월 독일연방 청소년 콩쿠르에 나가 대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 양이 피아노와 인연을 맺은 것은 네살 때. 외할머니와 함께 피아노 학원 앞을 지나다가 피아노소리를 듣고 학원으로 뛰어들어갔다. 외할머니는 이듬해 어렵게 마련한 돈으로 피아노 한 대를 선물했다.

일곱살 때부터 성당에서 성가반주를 했고, 신매초교 2, 3학년때 전국학생음악경연대회 피아노 부문 대상 수상과 성가곡 공모에 입상해 CD를 낼 정도로 음악에 천부적인 소질을 보였다. 그러나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형편이 어려워져 욱수성당 노광수 신부의 소개로 영남대 장신옥 교수와 계명대 이청행 교수를 만나 무료레슨에 이어 독일 유학도 추천받았다.

독일로 유학간 이 양은 한스 아이슬러 음대 뮌 교수를 만났다. 14세 때 러시아로 홀로 유학을 떠나 고생을 했던 자신의 모습과 비슷해 유달리 사랑해 주는 어머니 같은 베트남계 뮌 교수는 자신의 음악 수준을 한 단계 올려준 가장 많은 가르침을 준 은사다. 독일에서 보호자 역할을 한 한국 간호사 출신 카다리나씨와 의사 브라우만씨 부부도 은인이다. 콩쿠르에서 대상을 차지한 뒤 독일 여러 도시를 다니며 독주회를 가진 이 양의 꿈은 한국에서 연주회를 여는 것.

"아주 작은 무대라고 할지라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피아노로 나만의 음악 이야기를 꼭 한번 들려주고 싶어요." 이 양의 표정이 더 없이 해맑다.

경산 ·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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