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저투자-저성장 함정 벗어나야

입력 2005-07-13 11:36:33

국내 경제가 좀처럼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년 하반기에도 본격적인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워, 금년 성장률도 3%대 후반에 머물 전망이다. 벌써 3년째 극심한 침체국면이 계속되는 셈이다. 외환위기 이후부터 따지자면 거의 10년 가까운 세월이다. 이 기간 동안 우리 경제의 연평균 성장률은 고도성장기의 절반을 조금 넘는 4.8%였다. 과거의 과잉투자를 합리화하고 비효율적 제도를 개선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우리도 모르게 성장잠재력이 낮아진 결과이다. 게다가 경제의 자기회복능력도 현저히 약화되었다.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낮아진 가장 큰 원인은 기업투자의 부진이다. 80년대까지 기업의 설비투자는 연평균 20% 가까이 증가하였으며, 경제규모가 커진 90년대 초반에도 12% 이상의 증가추세를 지속하였다. 그러나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연평균 설비투자증가율이 2.5% 수준에 불과하다. 기업의 투자 부진이 위험수위를 넘어선 것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초저금리 상황이 계속됨에도 불구하고 기업 투자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5% 아니라 그 이하의 성장도 보장하기 어렵게 된다. 설비투자는 생산능력 확충으로 연결되는 만큼 저투자는 곧바로 저성장 기조의 고착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투자-저성장의 함정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투자비용을 상회하는 높은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첫째, 고수익이 기대되는 투자대상이 제공되어야 한다. 80년대까지 우리 경제는 분명한 산업발전비전을 갖고 있었다.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의 발전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 및 국내 산업 여건의 변화를 거치면서 산업발전 방향이 확고히 정립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을 정립하고 기업과 정부가 공유하는 것이 투자 회복을 위한 첫 번째 단추이다.

전통산업, 신기술산업, 지식기반 서비스산업 등 모든 것을 동시에 다하겠다는 것은 가시적인 비전이 될 수 없다. 시차를 두고 산업구조를 고도화시키는 단계적 선택과 집중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전통 주력산업들은 아직까지 상당한 경쟁력과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들 부문에서 IT(정보기술), BT(바이오기술), NT(나노기술) 등 신기술을 접목하면 앞으로 10년 이상 산업발전을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기술 및 서비스산업은 다음 단계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들 산업들을 발전시키기 위한 기반은 지금부터 갖추어 나가야 하지만, 당장 기업들의 본격적인 투자를 유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이들 부문에서는 정부가 다양한 인프라를 제공하면서 미래에 대비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둘째, 기업 투자의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 철폐, 국내 산업발전에 긴요한 외국인투자의 전략적 유치 노력, 연구개발을 중심으로 혁신을 유도할 수 있는 여건 및 인프라의 확충 등도 필요하다. 여기에는 국가균형발전과 연계된 지역 특화산업의 육성 및 지역혁신시스템의 구축 등도 당연히 포함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 또는 완화시켜야 한다. 북핵문제, 불안정한 노사관계, 집단이기주의의 확산, 빈부 갈등, 상식을 벗어난 부동산시장 등은 당장 완전히 해소될 수는 없다. 우리의 능력을 벗어나거나, 사회발전에 수반되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 투자에 미치는 나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 정책의 일관성 또한 확보되어야 한다. 정책방향이 분명하고 예측가능하면 어떤 형태로든 기업의 합리적인 대응이 이루어질 수 있다. 성장이든 분배든, 혹은 이들을 함께 추구하든, 경제 및 사회 전반의 정책방향을 확고히 하여 예측 가능한 기업환경을 만들지 않는 한 기업 투자의 본격 회복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박기홍 포스코경영연구소(POSRI)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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