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의 英雄들 할리우드 구하다

입력 2005-07-13 08:50:46

스타워즈의 '요다' 도 '배트맨 비긴즈'의 배트맨도 못해낸 일을 '판타스틱 4'라는 무명 용사들이 해냈다. 전년 동기 대비 19주 연속 흥행 수익 감소라는 악몽에 시달려온 할리우드가 20주 만에 활짝 웃었다. 추락하던 할리우드에 날개를 달아 준 것은 감독이나 출연 배우 대부분이 무명에 가까운 '판타스틱 4'.

영화비평가들로부터 혹평을 받았던 '판타스틱 4'는 그러나 개봉 첫 주말 북미시장에서 5천600만 달러라는 전혀 기대치 않은 흥행 수익을 올리며 박스 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이번 주 3천5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데 그친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크루즈의 '우주전쟁'을 개봉 2주 만에 큰 차이로 2위자리로 밀어냈다. 흥행 집계 기관인 이그지비터 릴레이션즈에 따르면 이에 따라 이번 주까지 흥행 순위를 주도한 12개 영화의 총 수입은 1억4천100만 달러를 기록, 지난해보다 2% 상승으로 돌아섰다. 최장 기간 흥행수익 감소라는 할리우드 기록이 '판타스틱 4'의 선전에 힘입어 19주에서 종지부를 찍은 것.

그렇다면 '판타스틱 4는 도대체 어떤 영화일까? 제시카 알바, 요안 그루퍼드, 마이클 치클리스 그리고 크리스 에반스 등 다소는 생소한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유전자 변이로 비상한 능력을 갖게 된 네 영웅이 사악한 영혼을 지닌 악의 화신과 맞선다는 내용. 몸을 맘대로 변형시키거나, 인간 불꽃이 되거나, 투명인간이 되는 등 비상한 능력을 지닌 4명이 벌이는 기이하고 코믹한 모험을 다룬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다.'

출연배우 중 지난 6월 개봉된 영화 '씬 시티'에서 매력적인 모습을 선보인 제시카 알바를 제외하곤 팀 스토리 감독을 비롯해 대부분의 배우들이 무명이다. 올해 34세의 팀 스토리 감독은 '택시 더 맥시멈'과 '바버 숍' 등 흑인관객을 타깃으로 한 영화를 연출한 것이 고작이다. 요안 그루퍼드는 영국 TV미니시리즈 '호레이시오 혼블로어'(Horatio Hornblower) 등에 출연한 정도고, 마이클 치클리스도 케이블채널 'F/X'의 시리즈 '더 쉴드'에 출연했을 뿐 영화에서 비중 있는 역할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시카 알바는 '씬 시티'에 이어 이 영화에서도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여성과학자로 등장, 할리우드 톱스타 대열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판타스틱 4'의 흥행 돌풍은 할리우드 관계자들도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다. 폭스사의 흥행 책임자인 브루스 스나이더는 "3천만 달러대의 흥행을 예상했었다"며 "하지만 관객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이유를 묻는다면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즐거움을 감추지 않았다.

이그지비터 릴레이션즈도 폴 더가라비디언 회장도 "대단하다. 적절한 영화가 적절한 마케팅과 연결되면 사람들을 불러모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재미 있는 것은 팬들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이 영화가 비평가들로부터는 평균 C등급이라는 혹평을 받았다는 사실. C등급이라면 사실상 낙제에 가깝다. 앞서 개봉된 '스타워즈 에피소드 3'와 '배트맨 비긴즈'는 B플러스, '우주전쟁'은 B등급을 받았었다. 영화비평가들이 영화 내용보다는 감독과 배우의 지명도로 영화를 평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판타스틱 4'는 22일 국내 개봉 예정이다.

정창룡기자 jcy@imaeil.com

◇ 줄거리

주인공인 과학자 리드 리처드(요안 그루퍼드)는 인간의 유전자 코드에 대한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대학 때부터 라이벌 관계에 있는 사업가 빅터 본 둠(줄리언 맥마흔)의 재정후원으로 우주탐사를 계획한다. 이 프로젝트의 팀원은 리처드와 둠, 리처드의 옛 애인이자 현재 둠의 회사에서 리서치를 담당하는 수 스톰(제시카 알바), 그녀의 동생이자 파일럿인 조니 스톰(크리스 에반스), 리처드의 친구 벤 그림(마이클 치클리스) 등이다.

그러나 리처드의 계산 착오로 우주탐사대원들이 탄 우주정거장은 엄청난 우주광선과 충돌하게 되고, 이들의 유전자는 돌연변이로 바뀐다. 리처드는 손바닥을 늘려 문틈으로 집어넣을 수 있는 등 온몸을 고무처럼 늘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무한능력 판타스틱'으로 거듭 태어난다. 수는 투명인간의 능력과 함께 보호막으로 외부의 공격과 위험을 막을 수 있는 '투명본능 인비저블', 조니는 몸 전체를 화염으로 휩싸고 놀라운 속도로 날아다닐 수 있는 '불의 전사 파이어', 벤은 오렌지색 바위 같은 근육과 엄청난 힘을 가진 '막강파워 씽'으로 각각 변신한다.

이들의 능력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언론매체들은 이들에게 '판타스틱4'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유명인사로 대접한다. 자신의 변화를 숨긴 둠은 온몸이 금속으로 바뀌면서 자기장을 이용해 전기를 조정할 수 있는 '닥터 둠'으로 변신하지만, 이 능력을 자신의 야욕을 위해 사용하면서 '판타스틱4'와 '닥터 둠'의 대결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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