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가까이 오지 말라
높게
날카롭게
완강하게 버텨 서 있는 것
아스라한 그 정수리에선
몸을 던질밖에 다른 길이 없는
냉혹함으로
거기 그렇게 고립해 있고나
아아 절벽!
이형기(1933~2005) '절벽' 전문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그것을 초극하려는 실존입니다. 이 시의 '절벽'은 '높게/ 날카롭게/ 완강하게 버텨 서 있어서' 그 수직적 자세부터가 자질구레한 일상성을 단호히 거부하고 있습니다. 시인(깨어있는 의식)은 지금 자신을 고립의 정점에 아슬아슬하게 세웁니다.
그곳은 '몸을 던질밖에 다른 길이 없는' 한계상황이지요. 여기서 우리는 아무도 간섭할 수 없는 현 존재의 고독하고 고립된 모습을 보며 전율합니다. 그 전율은 안일한 일상에 젖어있는 우리들에게 우레 같은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시인은 그러한 충격으로 우리들의 일상성을 깨뜨리고 잊었던 본래성을 깨우쳐주는 게 아닐까요?
이진흥(시인)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