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보이 '꽃미남'이 달린다
내년 봄·여름 남성들의 옷차림은 더욱 화려한 색상과 프린트의 '아메리칸 스타일'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찌는 무더위 속에서 지난 5일 모두 막을 내린 밀라노·파리 2006 봄·여름 남성복 컬렉션은 유럽인들의 미국에 대한 다소 부정적인 정치적 시각과는 달리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불릴 정도로 과거 미국 사회에서 볼 수 있었던 여러 스타일들로 넘쳐났다. 과거의 포스트 모던 룩과 어우러져 봄·여름을 상징하는 화려한 색상과 프린트 등 디테일과 함께 미국의 시골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기능적이면서 '편안함'을 강조한 스타일들이 두드러졌다. 유럽 패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간소하고 곧은 선과 산뜻한 모양을 지닌 의상들과는 사뭇 달랐다.
독특한 스타일로 요즘 한창 세계적인 이목을 끌고 있는 캐나다 출신 쌍둥이 디자이너 듀오 디스퀘어는 '거친 라이더(Rider)'라는 주제로 '카우보이 룩'과 함께 미국 애리조나지역 작은 농장의 젊은 일꾼을 연상시키는 의상들을 선보였다. 보통 여성의 머리에 둘러쓰는 작은 스카프를 목에 둘러맨 네커치프, 미국 서부의 야생마 가죽과 캔버스를 섞은 봄·여름용 가죽 재킷, 화려한 색상의 여러 천들을 마구 붙여 만든 듯한 패치워크 셔츠 등으로 눈길을 끌었다.
'캘빈 클라인' 컬렉션에서 디자이너 이탈로 주첼리는 독특한 감각으로 미국 동서부의 자연을 떠올리게끔 하는 의상과 스타일을 그려냈다. 사막, 돌,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연상시키는 색채와 함께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일꾼'의 상징적 의상인 오버롤(멜빵 바지)과 편안한 재킷의 어울림, 몸에 붙는 티셔츠와 통이 넓고 밑위가 긴 하이웨이스트 바지 등으로 지난 몇 차례에 걸쳐 보여 주었던 유러피언 특유의 날씬한 라인과는 큰 변화를 보여 주었다.
이달부터 벨기에 출신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를 참여시켜 깔끔한 라인과 단순한 색상으로 도시적인 스타일을 이끌고 있는 '질 샌더'는 1950년대 미국 하와이의 해변가를 거니는 잘 생긴 남성의 이미지를 제시했다. 서핑 프린트의 셔츠와 짙은 남색의 바지, 흰색 진의 적절한 조화로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았다. 오랫동안 고급스럽고 우아한 의상들로 이름을 떨쳤던 '베르사체' 역시 해변가의 야자수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프린트의 셔츠를 선보였다. 강한 색채의 자유로운 무늬가 특징인 '미소니'의 디자이너 루카 미소니는 의상은 물론 가방, 신발에도 더욱 자연에 가까워진 색상을 사용하고 부분적으로 자유로운 무늬를 재치 있게 활용해 관심을 모았다.
지난 시즌에 이어 '남성미'를 강조한 컬렉션도 많이 눈에 띄었다. 1990년대의 현대적 남성미를 떠올리게 한 '구찌' 쇼에서는 몸에 붙는 티셔츠와 날카로운 커팅의 칵테일 수트, 하이웨이스트 팬츠, 검은 선글라스 등으로 우아한 '스모키 룩'을 그렸다. 약간 거친 '거리 남성'의 이미지를 보여준 '돌체 앤 가바나'는 마구 찢어진 청바지와 검은 가죽 점퍼의 매치, 'Fighting Club'이라고 적힌 복싱 팬츠 등으로 약간은 반항적인 도시의 남성형을 보여 주었다.
파리 남성복 컬렉션에서는 더욱 다양한 남성들의 스타일이 제시돼 눈길을 끌었다. '디올 옴므'는 슈퍼모델 케이트 모스의 남자친구인 영국의 록커 피트 도허티를 본보기로 한 '유러피언 록커 룩'을 소개했다. 흑백 프린트와 소매 없는 셔츠, 레깅스처럼 달라붙는 바지, 몸에 붙는 수트, 원색 셔츠들과 얇은 멜빵, 색깔 테의 선글라스 등을 10대의 앳된 모델과 함께 소개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햇살이 강한 봄·여름에 어울리는 화려한 꽃무늬, 강렬한 느낌의 프린트도 다양하게 제시됐다. 일본 출신 디자이너 레이 가와쿠보의 '꼼데 가르송'은 원색으로 이루어진 화려한 커튼 꽃무늬 수트를 선보였다. 또 다른 일본 출신 디자이너 요지 야마모토의 쇼에서는 야구를 즐기는 10대 소년에게서 영감을 받은 듯 옅은 스트라이프의 의상들과 야구 선수들이 입는 몸에 붙는 레깅스, 야구 모자 등으로 마치 미국 야구시합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밀라노·정미화('콜렉지오니 스포츠 앤 스트리트' 패션 에디터)
mc2299513@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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