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라 '1mm' 꿈의 칩

입력 2005-07-12 09:36:23

■RFID, 생활을 바꾼다

2008년 7월 12일 오후, 회사원 김명진씨는 가족들과 함께 대형소매점을 찾았다. 생활용품을 쇼핑하면서 시원한 수박이랑 참외도 구입할 요량이었다. 과일 코너에서 참외를 들자 카트에 달린 조그마한 모니터에는 이 참외가 성주에 사는 농업인 박진수씨가 유기농법을 사용해 재배했으며 당도와 성분도 우수하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나타났다. 김씨는 쇼핑 리스트에 있는 물품을 하나씩 집어들 때마다 카트 모니터에 나오는 상품정보를 꼼꼼히 챙기면서 구입 여부를 결정했다.

쇼핑을 마치고 계산대로 접근하자 직원은 17만5천950원이라는 계산서를 제시했다. RFID가 상용화 되면서 상품의 바코드를 일일이 스캐너로 읽어들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꿈의 칩'으로 불리던 RFID가 보편화되면서 물류·유통에서 보안, 건강관리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의 혁명을 가져오게 된다.

◆시장 선점에 숨가쁜 업계

RFID의 시장규모는 얼마나 될까?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2010년까지 770억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관련 분야까지 모두 합할 경우 2020년쯤 수천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현재 메모리 시장이 300억 달러 규모이고, 휴대전화 시장이 700억 달러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의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업계의 발걸음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KT컨소시엄은 6월 15일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공군신무기체제(F-15K: 차세대 전투폭격기) 자산관리시스템 구축 설명회'를 가졌다. KIDA(한국국방연구원)와 함께 RFID를 F-15K 관련 장비와 부속품에 부착, 관리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는 시범 프로젝트. 향후에는 국방 물자관리와 군수 전분야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RFID를 이용한 수입쇠고기 추적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해 향후 10년간 생산유발 1조3천600억 원, 부가가치유발 9천800억 원 및 1만 명의 고용을 창출한다는 계획을 추진중이고, 산업자원부는 수출입 국가물류 인프라 구축 시범사업으로 자동차부품에 RFID를 부착, 관세청의 수출입 통관관리시스템과 연계함으로써 687억 원(2005년 기준)의 인건비 및 통신비 절감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델타항공은 작년 7월 2천500만 달러를 투입해 항공업계 최초로 RFID를 도입하기로 했고, 우리나라 조달청도 국가자산의 효율적인 취득-보관-이동-처분을 위해 시범사업으로 RFID를 채택했다.

RFID 수요가 이처럼 확대되면서 기술개발 경쟁도 본격화 됐다. 작년 6월 국산 RFID 칩을 개발한 삼성그룹은 두 달 뒤 'RFID 태스크 포스(삼성테크윈)'를 구성하고, 올해 말까지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에 '반도체 공정 관리용 RFID' 공급을 서두르고 있다. 현대정보기술 역시 같은해 8월 용인 데이터센터에 'RFID 테스트 베드'를 설치했고, LG CNS도 한 달 뒤 LG전자를 비롯해 월마트 납품 제품에 RFID 태그를 부착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국HP와 한국IBM은 작년 9월 각각 '국내 RFID 시장 진출 선언' 및 '중소기업에 적합한 RFID 서비스 발표'를 통해 시장 공략을 선포했다.

◆대구경북은?

RFID 상용화 경쟁에 대구경북도 때맞춰 뛰어들었다. 작년 10월 기업체, 학계, 지원기관 등 모두 130여 명이 참여하는 '대구경북 RFID/USN(유비쿼터스 센서 네트워크) 포럼'을 창립, 초대의장에 이용두 대구대 교수를 선출하고 올해 6월 대구대 정보통신원에 'RFID를 이용한 유비쿼터스 체험관'을 열었다. 또 지역에 RFID 산업의 싹을 튀우기 위해 '경상북도 RFID 혁신기반구축 사업(RIS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용두 의장은 "철강분야와 비철강 분야 RFID 시범사업과 안테나, 리더기, 센서 네트워크, 미들웨어 분야의 기술개발 및 유관기관·단체들의 네트워킹, 기업지원, 창업지원 사업이 RIS사업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또 "지역기업과 공동으로 RFID 관련 시스템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함으로써 새로운 산업군을 창출하는 한편, 기존 전통산업에 RFID 시스템을 적용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면서 "IT관련 인력이 많이 배출되고 있는 대구경북은 아직은 중소기업에 불과하지만 산업기반도 함께 갖추고 있어 RFID 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울 만하다"고 강조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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