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복싱, 남자선수가 없다

입력 2005-07-12 07:54:15

국내 남자프로복싱이 선수 부족으로 붕괴 직전에 처해 있다.

80년대 세계챔프를 연달아 배출하며 전성기를 누렸던 국내 남자프로복싱은 현재 선수가 없어 월간 랭킹을 발표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12일 한국권투위원회(KBC)에 따르면 국내 남자프로복서 랭킹을 매기는 총 13체급 가운데 2∼3체급을 제외한 나머지 체급에는 선수가 없어 월간 랭킹 발표조차 매기지 못하고 있다.

KBC 고위 관계자는 "라이트급 등 2∼3개 체급을 빼고는 1위부터 10위까지 채울 선수가 없다. 벌써 몇 년째 되풀이되고 있는 현상이다. 더구나 경기도 매주 열리지 않고 간헐적으로 열려 매월 랭킹을 조정할 의미가 없어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관계자는 "체육관 관장, 프로모터, 매니저가 서로 밥그릇 싸움만 하다 보니까 정작 선수들은 뒷전으로 밀렸다. 더구나 최근 들어 이종격투기마저 번성해 프로복서 지망생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40세가 넘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프로에 전향해 한국챔피언에 오르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국내 타이틀전이 체육관이 아닌 나이트클럽에서 열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42세의 이경훈씨가 지난 1월 미들급 한국챔피언에 오르고 지난해 12월 45세의 대학교수 복서 최영곤씨가 웰터급 한국챔프에 도전해 눈길을 끌었지만 그 이면에는 국내 남자프로복싱에 젊은 피가 부족하다는 어두운 면이 있었다.

현재 지인진만이 세계복싱평의회(WBC) 페더급 세계챔프로 국내 남자프로복싱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지만 이미 서른을 넘긴 나이라는 점에서 향후 유망주가 나오지 않으면 챔피언없는 복싱 약소국 전락은 시간 문제라는 지적이다.

KBC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여자복싱을 지원해 최신희와 김주희를 국제여자복싱협회(IFBA) 세계챔프로 만들었지만 남자 선수 자원 부족으로 아쉬움을 피력해왔다.

KBC 관계자는 "우리 또한 남자 복싱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선수가 너무 없다. KBC에서 직접 선수를 육성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장 지도자들의 각별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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