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산·산·산-(1)시작부터 난개발, 불·탈법

입력 2005-07-11 13:39:29

톱으로 썰 듯 직각채석 복구 아예 못하게

경북도 내의 크고 작은 산은 왜 누더기로 변했을까.채광, 채석장이 시작부터 마구잡이로 개발하고 있어서다. 특히 난개발 속에는 '불·탈법', '부실'이 활개쳐 수백, 수천 년을 가꿔온 국토가 결딴나고 있다.

◇마구잡이 개발

5일 영주시 안정면과 장수면 일대 한 야산.주민들이 '새왕산'이라 부르는 마을 뒷산은 이미 산이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황폐해 있었다. 1970년부터 들어선 11개 채석장들은 지난 36년간 새왕산 돌을 캤다. 모두 수직 절개 방식이었다. 직각으로 허옇게 살을 도려낸 암벽은 가로 500m 규모에 높이만 100m가 넘었다.

마을 주민들은 "이렇게까지 망가질 줄 알았다면 절대 채석장 건설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수백 년간 마을을 지켜 온 뒷산이 누더기로 변하고 말았다"고 장탄식했다.

이곳뿐만이 아니었다. 상주, 문경, 영주, 봉화, 군위, 구미 등 지난주 취재팀이 찾은 크고 작은 채석장들은 하나같이 톱으로 썰 듯 수직 절개 방식으로 돌을 캤거나 캐고 있었다.

구미시 도개면의 한 대형 채석장. 골재를 가득 실은 덤프트럭이 쉼없이 채석장을 오가고, 대형 파쇄기들이 골재를 내뿜고 있었다. 2만7천여 평의 채석장 역시 계단식 채굴이 아닌, 직각으로 암벽을 내리 깎아 수직 절벽의 높이가 50~70m나 됐다. 이 채석장은 내년 10월에 허가기간을 또다시 10년 정도 연장할 계획이다.이런 무분별한 채석 개발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채석 개발이 시작된 일제시대부터 1970년대까지는 돌을 어떻게 캐든 순전히 업자 마음이었고, 복구조차 필요 없었다. 실제 76년 3월 허가한 구미시 금오산 자락의 채석장은 30년이 지나도록 흉측한 몰골로 방치돼 산사태 위험은 물론 경관을 크게 망치고 있다.

채석 허가 제한과 복구 원칙을 도입한 80, 90년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최소한의 법적 장치는 마련했지만 2003년 산지관리법 개정 전까지는 복구가 가능하도록 위에서 밑으로 캐야 한다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 상하, 좌우 어디로든 무차별 개발이 가능했다.

도내 수백 개의 채광, 채석장 모두 수직으로 채굴을 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업계 관계자는 "산지관리법 개정은 너무 늦은 감이 있다"며 "2003년 이전에 허가를 연장한 채석장들은 산지관리법 규정을 적용받지 않아 제대로 된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불·탈법도 한몫

마구잡이 개발도 모자라 채석, 채광장은 각종 불·탈법으로 환경 파괴의 원흉이 되고 있다. 불·탈법 수법은 농지 및 산지 불법 전용, 허가지역 외 무차별 채석, 채석 불법 반출 등 갖가지다.

문경 대야산 자락의 한 광산은 지난해 5월 영주국유림관리소와 쇄골재용 토석매각 계약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광산 측은 허가된 면적 1.3ha보다 무려 10배 가까운 10.8ha의 토석을 불법 반출했고, 허가된 돌이 아닌 원석까지 몰래 판 것. 이것도 모자라 광산 복구비도 추가 예치하지 않았고, 문경시로부터 골재파쇄허가도 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영주국유림관리소는 지난 6일 광산 측과 토석 매각 계약을 해지했고, 사업주를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또 영주시는 지난 5월 25일 새왕산 일대의 한 채석장을 농지 불법 전용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시는 2001년 쇄골재를 생산하는 ㅅ산업에 농지법상 3년을 조건으로 새왕산 인근 농업진흥구역 내 보호구역 2만4천761㎡에 대해 토석 적치장 일시 사용 허가를 승인했다. 하지만 ㅅ산업은 지난해 12월 기간 만료 이후 시의 농지 원상회복명령에도 불구, 아직까지 적치장 운영을 해 오고 있다. 시 관계자는 "2천만 원에 이르는 벌금만 물면 그만이라 마땅한 제재 방법이 없다"고 했다.

성주의 2개 업체는 지난해와 2003년 각각 4천600㎡, 9만1천㎡를 무허가 채석한 혐의로 700만 원과 1천만 원의 벌금 처분을 받았다.안동에서는 하천부지에 중장비와 선별기를 설치하고, 5만t 이상, 10억 원 상당의 골재를 무허가 채취한 혐의로 지난해 9월 골재업자 5명이 검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기획탐사팀 이종규·이상준기자 사회2부 장영화·김성우·마경대·엄재진기자

사진 : 백두대간 지류인 대야산 자락의 한 광산. 채광이 끝난 후 복구를 하지 않아 수직으로 깎은 절개지 계곡이 풀 한 포기 자랄 수 없이 죽어 있었고, 계곡 아래에는 거대한 물웅덩이까지 생겼다. 김태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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