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개발…경북 크고작은 산 모두'누더기'

입력 2005-07-11 11:12:11

정부는 이달 중 백두대간 주능선을 보호구역으로 정해 난개발을 막기로 했지만 백두대간 지류는 물론 경북도 내 크고 작은 산 역시 마구잡이 개발로 멍들고 있다.

취재팀이 지난주 도내의 난개발 현장을 찾은 결과 수백 개의 채광, 채석장이 울창한 산을 누더기로 만들고 있었다. 톱으로 썬 듯 잘려나간 산, 풀 한 포기 없는 벌거숭이산, 귀가 찢기는 듯한 발파 굉음이 요란한 산, 치유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백두대간 지류인 문경 대야산 자락의 한 노천 장석광산. 명승지인 용추계곡을 낀 산은 중턱이 싹뚝 잘려나갔다. 1985년 개발 이후 10년간 4만2천여 평의 울창한 산을 마구 파헤쳤고, 지난 10년간은 아무런 복구 없이 민둥산으로 전락했다. 파헤치고 남은 토석 더미는 왠만한 야산보다도 컸고, 토석 더미 가장 위쪽의 절개지는 직각으로 깎여 절벽을 이루고 있었다, 길이 100m, 깊이 70m를 훌쩍 넘겨 눈이 아찔할 정도였지만 아무런 보호장치가 없어 안전사고 위험이 도사려 있다. 축구장보다 넓은 토석 더미 위 광장에는 수십 개의 대형 경유탱크, 엔진오일통, 기름 호스 등이 아무렇게나 버려졌고, 경유탱크 등에서 흘러내린 기름찌거기가 토양을 오염시키고 있었다.

광산 바로 아래 완장리의 강홍명 이장은 "수백 년 지켜온 마을이 광산 하나 때문에 완전 망가져버렸다"며 "앞으로 어떤 피해를 더 볼지 불안하다"고 했다.11개 채석장이 몰려 있는 영주 장수, 안정면 일대는 아예 산 전체를 채석단지로 만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채석단지는 개발 유보 지역까지 파헤쳐(34만 평) 산 전체를 개발 후 평지로 만들 계획이어서 주민 및 환경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봉화군 재산면의 한 석회석광산은 청정계곡을 마구잡이로 깎아내린 뒤 석회석 더미를 불법으로 방치한 것은 물론 석회석 더미를 허가없이 골재로 반출하고 있었다.

취재팀이 군에 확인한 결과 채광업자는 광산에서 나온 산더미만한 석회석 더미를 농지전용허가도 받지 않고, 수년간 광산 인근 밭에 쌓아둔 것으로 밝혀졌다. 또 폐광 후에는 군에 골재파쇄허가도 받지 않고 골재를 불법반출한 것으로 확인했다. 현장에는 가동한 흔적이 뚜렷한 골재 파쇄기가 설치돼 있었다.

문경시 호계면의 한 석회석광산업자는 2002년 말 석회석 광산 조광권을 인수한 뒤 석회석 대신 쇄골재 17억 원 상당을 불법 채굴·판매하다 최근 검찰에 구속됐고, 시는 지난달 채광을 하지 못하도록 산지전용허가를 취소했다.

그럼에도 광산 한 쪽에선 덤프트럭이 골재 파쇄기가 생산한 골재를 실어 나르고 있었다. 광산 측은 " 광산 중 일부를 채석장으로 허가 받았고, 현재는 허가 지역 안에서 골재를 생산하고 있다"고 했지만 채석장과 광산의 구분은 없어 보였다.

채광, 채석장 마을 주민들은 폭파 굉음, 먼지, 농작물 피해, 산림 훼손 등을 이유로 소송으로까지 가고 있지만 거의 업자가 이기고 있다.

이들 주민은 "업자들은 끊임없이 허가를 연장해 수십 년 난개발 이득을 챙기고는 복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누더기인 산을 버려두고 있다"며 "흉물로 변한 마을 뒷산을 껴안고 고통스럽게 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기획탐사팀 이종규·이상준기자, 사회2부 장영화·마경대기자

산을 아예 평지로 만드는 채석단지를 추진하는 영주 안정, 장수면 일대 채석장. 산 정상부를 통째로 잘라 먹었고, 덤프 트럭들이 쉼없이 채석장에서 나온 골재를 가득 싣고 마을을 통과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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