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 전 중국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의 한 골동품 시장에서 청(淸)나라 때의 과거시험 커닝 페이퍼가 발견됐다. 5권 1세트짜리 어른 손바닥보다 작은 책 형태로 1894년에 인쇄된 것이었는데 가로 6.5cm, 세로 9cm, 두께 0.4cm 크기에 시경'상서'주역 등 한학 5경의 중요 구절과 주석 등 9만 자가 빽빽이 쓰여져 있었다.
◇ 명(明)나라 때는 응시자의 속옷과 두건'허리끈 등을 커닝 페이퍼로 이용하는 것이 유행했다 한다. 마침내 워낙 지능화되다 보니 청 건륭제(乾隆帝) 때는 원천봉쇄 작전에 나섰다. 응시자 알몸 검사에다 점심식사용 떡까지 감독관이 손으로 파헤쳤다 한다. 적발된 부정행위자는 사형시키고 친족을 몰살하기도 했지만 끝내 근절되지 않았다고 한다.
◇ 조선시대의 과거시험도 부정행위가 심각했던 모양이다. 시험 감독관이 10개의 도장을 갖고 다니면서 부정행위 수법에 따른 도장을 시험지에 찍어 당락에 참작하도록 했다고 한다. 남의 답안지를 훔쳐보려다 들키면 눈동자를 굴린다는 의미의 '고반' 도장을 찍고,소리를 내 중얼거리면 '음아'란 도장을 찍는 식이었다. 허락 없이 자리를 뜨면 '이석' 도장, 감독관의 지시를 잘 듣지 않거나 말대꾸를 하면 '항거'라는 도장이 찍히기도 했다.
◇ 2008학년도부터 대학입시가 수능 중심에서 내신성적 위주로 바뀌면서 각 고등학교에 '커닝'과의 한판 전쟁이 시작됐다. 한 교실에 1학년생과 2학년생을 섞어 앉히는가 하면,시험시작 5분 전에 좌석을 지정해 주고, 책상 앞뒤를 돌려놓기도 한다. 또한 시계 초침을 이용한 '초치기' 방지를 위해 교실의 벽시계를 떼내고, 시험시간 중 화장실 갈땐 교사를 동행시키기도 한다는 것이다.
◇ 하지만 이런 소동 속에서도 학생들의 양심을 믿는 '무감독 시험' 학교들도 있어 진흙 속의 보석처럼 빛난다. 벌써 50년째 무감독 시험 전통을 잇고 있는 인천 제물포고, 20여 년째 무감독 시험을 치르는 김천 성의여고, 서울 중앙여고, 진주 삼현여고, 이천 양정여고'''. 대학 중에선 포항의 한동대도 개교 때부터 무감독 시험을 치러오고 있다. 경제전문 주간지 비즈니스 위크에 소개된 '부자 되는 5가지 요령'중 하나는 "정도를 걸어라"이다. 시험에서 커닝을 하거나 동료의 아이디어를 훔치는 행위에 대해 "진정한 위험은 영혼을 잃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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