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생씨 가족의 경주 감포 나들이

입력 2005-07-09 08:19:02

'미션 임파서블(불가능한 임무)?' 아니, 나들이를 한다고 꼭 돈을 써야 하나.

매일신문 주말팀은 흥미로운 시도를 한 번 해보기로 했다. 가족이 제대로 외식 한 번 하면 뚝딱 사라질 비용인 5만원으로 얼마나 알차게 여행할 수 있을까하는 시도다. 수소문 끝에 매주 나들이를 가는 여행 고수 두 가족을 찾았다. 대구 만촌동에 사는 진영생(45)씨 가족과 김건동(38)씨 가족.

대구 나들이에서 5만원이나 쓸 게 뭐 있느냐며 멀리 나가도 큰 돈 안 쓰고 즐겁게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진씨 가족은 경주 감포 바다에서의 스노클링에 이어 문무대왕릉~감은사지를 둘러보는 코스로 정했다. 반면 김씨 가족은 충남 보령까지 강행군을 계획했다. 가재마을, 성주사지, 냉풍욕장, 맛조개 잡기 코스.

문제는 장마. 거세게 퍼붓는 빗줄기가 잠잠해 질 것 같지 않아 계획 포기를 심각하게 고민한 취재기자들과 달리 두 가족은 "오히려 잘 됐다"며 반겼다. "비가 오면 놀러 가는 사람들이 적잖아요. 오붓하게 가족끼리 즐기기에는 더 좋아요. 적당히 비 오는 날씨는 덥지도 않죠." 역시 고수다.

지난 3일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두 가족의 나들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두 기자가 따라갔다.

진영생씨 가족의 경주 감포 나들이

# 오전 8시 준비물 챙기느라 분주한 진씨 가족

주방에선 아내 전성실(45)씨의 손놀림이 바빴다. "어머니, 양념장은 다 챙기셨어요? 야채도 준비해야하구요" 옆에서 돕는 친정 어머니 임덕연(71)씨도 분주하긴 매한가지. 비용을 줄이기 위한 필수 요건이 도시락 준비다. 김치, 멸치볶음, 호박전 반죽, 초고추장…. 대부분 냉장고에서 잠자고 있던 반찬과 재료들이다.

이날 비장의 무기는 인스턴트 유부초밥. 양념도 다 딸려 나오겠다, 밥을 지어 그냥 넣기만 하면 맛있는 점심으로 그만이다. 벌써 시계바늘이 10시20분을 가리켰다. 아이쿠! 모두들 허겁지겁 짐을 매고 자동차로 잰걸음을 쳤다.

# 낮 12시 30분 감포 대본 2리 바다에서 스노클링 즐기기

진씨 부부의 특기는 스킨스쿠버. 지난 10여년간 틈만 나면 물 속을 헤집고 다녔는데 현정(17) 형근(7) 남매가 커가면서 좀더 손쉽게 할 수 있는 스노클링을 즐긴다고 했다.

"스노클링은 수영을 잘 못해도 얼굴만 물 속에 넣으면 바다 속 풍경을 감상하고 물고기도 관찰할 수 있어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됩니다. 물안경과 스노클만 갖추면 돼 비용도 크게 들지 않아요."

진씨는 스노클링을 하기에 좋은 바닷가 한적한 자리를 찾았다.

"주위에 바위섬이 많은 곳이 좋아요. 물고기와 해초가 그만큼 많아 얕은 물에서도 스노클링하며 물고기를 구경할 수 있지요."

재빨리 슈트와 물안경으로 무장을 진씨는 물에 들어가려는 아내 전씨를 감기 기운이 있다는 이유로 말렸다. 진씨가 열심히 자맥질을 하는 동안 다른 가족은 물가에서 놀기로 했다.

갑자기 어머니 임씨가 무릎을 쳤다. "이런!" 준비해둔 채소와 밑반찬거리, 양념장이 든 아이스박스를 깜빡 집에 두고 온 것. 그나마 유부초밥 재료를 빼먹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다. "점심을 유부초밥으로 때우고 생선회 한 젓가락 하면 충분하다"고 서로 위로했다.

배고프다며 아우성치는 아이들. 모녀가 즉석에서 유부초밥을 만들며 솜씨 자랑을 했다. 양이 약간 모자란다 싶었는데 진씨가 놀래기, 우렁생이 등을 잔뜩 넣은 그물을 허리에 찬 채 개선장군처럼 돌아왔다.

고대하던 회 뜨는 시간. 물고기의 배를 가르는 진씨의 손놀림이 수준급이었다. 10여마리의 물고기를 모두 회로 뜨자 가족들의 젓가락질이 쏜살같다. 모두들 포만감에 젖어있을 오후 4시, 오락가락하던 비도 조금씩 굵어졌다.

# 오는 길에 감은사지에서 스케치 여행

물놀이만으론 2% 부족했다. 그래서 진씨 가족은 오는 길에 문무대왕릉에 잠시 들렀다가 감은사지에서 스케치북을 잡았다. 미술을 전공한 진씨 부부는 물론 미술 지망생인 딸 현정양까지 마음껏 실력을 뽐내는 모습. 저마다 마지막 여정을 장식하듯 열심히 펜을 움직였다. 아들 형근이도 그냥 있을 리 없다. 스케치북에 무언가를 열심히 그렸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형근이의 폼이 꽤나 그럴싸해 보였다.

# 오후 7시 15분 집에 도착해 저녁식사한 진씨 가족

수중에 남은 돈은 8천원 가량. 과자와 음료수, 인스턴트 유부초밥, 수박 반 통, 커피, 소주 등 먹을 것을 사는데 2만2천원선. 경유 차로 왕복 200㎞를 운행하는데 든 주유비가 2만원. 진씨 가족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라는 알뜰 여행법칙을 제대로 지켰다.

글·사진: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사진설명 : 진씨가 직접 잡아 장만한 생선회를 맛있게 먹는 가족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