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전반기 절반의 성공

입력 2005-07-08 08:04:08

'코리안특급' 박찬호(32. 텍사스 레인저스)가 7일(이하 한국시간) 보스턴 레드삭스전을 끝으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박찬호는 이날 5⅔이닝 동안 1홈런 포함 5피안타 4볼넷 3실점으로 시즌 3패째를 안았다.

전반기 성적은 17경기 선발 등판, 94이닝을 던져 8승 3패 방어율 5.46을 마크했다.

2001년 말 텍사스와 5년간 6천500만 달러에 장기계약한 이후 지난 3년간 허리 부상 여파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박찬호는 비록 이날 승을 추가하지 못했으나 올 전반기에만 8승을 거두며 후반기 대약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는 전반기 내내 최고구속 153Km(94마일)을 유지했으며 투심 패스트볼과 슬러브, 커브 등을 섞어 던지며 위기 관리 능력을 과시했다.

그는 지난 6월 5일 카우프먼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승리, 1994년 메이저리그 진출 후 11년 만에 개인 통산 100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아시아 선수로는 노모 히데오(37. 탬파베이)에 이어 두 번째 대기록이었다.

지난 7월 2일에는 시애틀전에서 선발 100승을 채우기도 했다.

마운드에 설 때마다 메이저리그 전체 2위인 7.56점의 화끈한 타선 지원을 받는 박찬호는 전반기 성적을 계속 이어갈 경우 2001년 LA 다저스 시절 이후 4년 만에 15승 고지를 밟을 수 있을 전망이다.

2002년 9승이 최다였던 박찬호로서는 이적 후 최다승 기록도 갈아치울 예정.

시즌 전까지만 해도 박찬호의 입지는 불안 그 자체였다. 지역 언론은 '4월에 박찬호와 지난 3년 간의 모습에서 탈피하지 못한다면 팀은 그를 방출할 것'이라며 공공연히 박찬호를 압박했다.

박찬호도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는 LA 다저스시절부터 사형으로 모신 오렐 허샤이저 코치로부터 신무기 '투심 패스트볼'(일명 하드 싱커)을 배워 장착했다.

홈 플레이트 끝부분에서 솟아오르는 '라이징 패스트볼'로 전성기를 구가했던 박찬호가 더 이상 구속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땅볼 투수로의 변신은 필수불가결한 것이었다.

그러나 신무기를 장착하고서도 시범 경기에서의 성적은 좋지 않았다. 7경기에 나서 29⅓이닝 동안 21실점(19자책)하며 승패 없이 방어율 5.83을 기록, 그의 부활을 기대했던 많은 팬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박찬호는 "더욱 볼이 좋아지고 있다. 몸이 건강함을 느낀다"며 도리어 만족스러워 해 어리둥절하게 했다.

박찬호의 이같은 장담은 현실로 드러났다. 라이언 드리스-케니 로저스-크리스 영에 이어 4선발로 시즌을 맞은 박찬호는 4월 9일 세이프코필드에서 벌어진 시애틀 매리너스전에 시즌 첫 선발 등판, 5⅔이닝 동안 4피안타 3실점으로 승은 챙기지 못했으나 예년보다 확실히 나아진 모습을 증명했다.

이어 4월 14일 텍사스 이적 후 5패만을 기록 중이던 LA 에인절스 오브 애너하임을 상대로 6⅔이닝 5피안타 6탈삼진 3실점으로 호투, 마수걸이 승을 따냈다.

이후 4월 한달 간 3승 1패 방어율 3.68을 기록하며 지역 언론의 퇴출설을 일축시켰던 박찬호는 5월 2승을 추가, 상승 곡선을 이어갔다.

그러나 6월 들어 개인 통산 100승 달성 이후 부진을 거듭하며 2승 1패 방어율 8.74로 부진하자 그의 방출 및 트레이드설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주위 환경은 녹록치 않았지만 박찬호는 이에 굴하지 않고 6월 27일 휴스턴전과 7월 2일 시애틀전에서 7이닝 2실점으로 연속 호투하며 다시 한 번 비난 여론을 잠재웠다.

후반기에는 카메라맨과 몸싸움을 벌여 20경기 출장 정지를 당한 케니 로저스를 대신해 1선발로 나설 수도 있다는 보도가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

LA 에인절스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는 텍사스는 가공할 타선을 앞세워 1999년 이후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며 대반격을 노리고 있는 형국.

박찬호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거워졌다.(연합뉴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