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구 목판화전

입력 2005-07-08 08:55:00

투박한 정감과 단순한 화면

칼 맛과 흑백의 강한 대비가 매력인 목판화 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김상구(60)씨의 개인전이 14일까지 분도갤러리에서 열린다. 40여 년 간 목판화만을 고집하며 그동안 연 개인전만도 20회에 가까운 그는 이번 전시에서 흑백이나 여러 가지 다양한 원색들을 사용한 작품, 번지기와 뿌리기의 기법을 응용한 작품 등 다양한 목판화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화려한 것보다는 투박하고, 복잡한 것보다는 단순한, 입체적인 표현보다는 평면적인, 가득 차 있는 것보다는 여백이 있는 것 등을 선호해온 작품 경향도 이순(耳順)의 나이 탓인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즐겨 다뤘던 나무에서 풀과 별, 말 등으로 소재도 변했다. 색조도 많이 화려해져 흑백과 감색, 녹색 등에서 최근에는 분홍, 노랑, 오렌지색 등 화사한 느낌의 색들이 화면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예리한 칼 끝에서 만들어지는 투박한 정감과 제한된 모티브, 극도로 절제된 표현은 김상구식의 단순한 화면을 이뤄낸다. 국내 판화 1세대로 통하는 김씨는 "옛집의 대들보처럼 투박하면서도 자연미를 살릴 수 있다는 점이 목판화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나무의 결을 작품에서 그대로 보여주기도 하고 정형성에서 탈피, 사물을 삐뚤빼뚤하게 묘사해 자연미를 보여준다. 한지와 먹을 사용해 전통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기도 한다.

국내 화랑가에서 판화전 특히 목판화 전시는 그리 흔치 않다. 작가 김씨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판화를 독립된 작품으로 인정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십수 년 전"이라며 "세계에서 판화의 역사가 가장 늦게 시작돼, 초대전이 열리기 시작한 것도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80년대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두루 볼 수 있으며, 종이에 찍어내기 전의 목판도 함께 전시돼 작품 제작과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053)426-5615.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