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스타컴퍼니' 세계 공략 나선다

입력 2005-07-07 11:18:53

대구경제 지탱해줄 5개 ★이 떴다

Digital BOSS, InFill, 'War Room'….

LCD TV 전문업체 디보스의 사명은 Digital BOSS, 즉 '디지털세계의 보스'라는 말에서 작명됐다. 산업용 CPU보드 전문업체 맥산이 내놓은 차량용 컴퓨터 'InFill'의 뜻은 '차 안을 가득 채우는 컴퓨터'. 세계 최소형 MP3플레이어 큐브로 대박을 예고하고 있는 현원의 사장실 팻말은 '대표이사실'이나 '사장실'이 아닌 전쟁터라는 뜻의 'War Room'이다.

이들 세 기업과 함께 매년 매출 신장률 100% 이상을 기록 중인 신안에스엔피, 메트로닉스 등 5개 사의 공통점 중 하나는 이들이 대구경제의 희망을 담은 '스타컴퍼니 프로젝트'의 꿈나무라는 것이다.

◆'큐브'의 대박 예감, 현원

(주)현원은 지역 기업으로는 유일한 MP3 전문 생산업체. 현재 국내시장 점유율 3위를 마크하고 있지만 세계시장 넘버 원을 꿈꾸고 있다. 그 대표주자는 큐브.

올 상반기 출시한 정육면체 모양의 크기 2㎝ 세계 최소형 MP3플레이어 '큐브'는 한 달여 만에 국내를 비롯한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등 세계 20여 나라로부터 주문이 폭주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연말까지 수출 350억 원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원은 그러나 큐브 이전에도 관련 업계를 놀라게 했었다. 벨트 없는 카세트형 MP3플레이어 개발이 그것이다. "그런 제품은 존재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던 일본의 업계 관계자들에게 당당히 개발품을 내보였던 것이다.

올해 매출 목표는 820억 원. 하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매출 1천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코스닥 등록사인 (주)한국와콤코리아와의 M&A(인수·합병)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데다 '이미지 프로세싱 시스템'은 100% 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등 MP3와 휴대용 멀티미디어 분야에서 지역 기업으로선 드물게 독자적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미공단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용 핵심부품인 글라스캡 양산체제를 갖추고 지난달 말 본격 생산에 들어간 것도 매출을 크게 늘려줄 전망이다.

◆대구벤처 첫 1천억 매출, 디보스

"몇 년 전 미국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서 전깃줄이 없는 TV를 선보인 적이 있었어요. 난리가 났지요. 샘플 TV 구하려는 바이어들로 북새통을 빚었거든요. 그런데 정작 주문이 안 들어오는 겁니다. 알고 보니 소비자가 지출할 수 있는 가격보다 너무 비쌌어요."

(주)디보스 심봉천 대표는 그때 일을 잊지 않는다. 고객 요구에 맞는 제품이라야 팔린다는 당시의 뼈저린 체험이 지금 성장가도를 달리는 디보스를 만든 힘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코란이 내장된 코란 LCD TV로 중동지역 사람들을 사로잡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옛 삼성상용차 부지로 본사 이전을 추진 중인 (주)디보스는 대구벤처 최초로 매출 1천억 원 돌파가 확실시되는 기업(올해 목표 1천250억 원). LCD TV 전문메이커로 중소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세계 시장 점유율 8위를 기록하고 있다. 스위스 시장 30% 점유를 비롯해 까다롭기로 소문난 유럽시장에서 무려 13%의 점유율을 자랑하면서, 세계 최고 LCD TV 업체로 당당히 대접받고 있다.

◆세계 네티즌들이 인정하는, 맥산

올 초 차량용 컴퓨터 '인필'을 본격 생산한 (주)맥산은 생산과 동시에 전 세계로 팔려나가는 인기를 끌며 불과 수개 월 만에 국내 최고의 카PC 메이커로 자리 잡았다.

"카PC 한 대로 오디오, 비디오, TV, 내비게이션, DVD플레이어, 인터넷 등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맥산 제품이 최고"라고 국내외 마니아들이 인정했기 때문이다. 고용을 늘려 올해 내로 월 1천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출 계획.

직원 2명과 함께 만든 첫 생산품 CPU보드를 갖고 KT 납품업체 선정에 도전, 기술력을 인정받아 겨우 생존 기반을 마련했던 맥산이 산업용 CPU보드 전문업체에서 이제 카PC 메이커로 도약하고 있는 것이다.

백광 대표는 "수출조건과 유동성 확보가 향후 생산과 매출 규모를 결정하는 변수가 될 것"이라면서 "대량 수출을 요구하는 해외바이어들 등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행복한 고민을 토로했다.

◆기계산업 본산지 일본에 맞서는, 메트로닉스

(주)메트로닉스는 세계에서 기계부품 최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일본에 기계부품을 수출하는 기업이다. 센서(로터리 인코더)로 출발해 서보(서보모터/드라이브), 시스템엔지니어링(모션제어기, 자동화 전용기계)으로 점차 사업을 고도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을 성장거점으로 삼고 상해 인근 무석시에 4천500여 평 규모의 공장 설립에 착수, 올 10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범용제품은 생산비가 낮은 중국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은 대구 본사에서 생산 공급함으로써 경쟁대상인 일본 제품들을 기술 및 가격경쟁력으로 따돌린다는 전략이다.

김병균 대표는 "최근 한 시중은행이 액면가의 15배수에 가까운 보기 드문 조건으로 과감한 투자결정을 내린 것도 메트로닉스의 성장가능성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리로 첨단을 여는, 신안에스엔피

디스플레이용 기판유리 연마·코팅 전문업체 (주)신안에스엔피는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LCD에서 OLED, 휴대전화용 카메라 핵심부품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특히 OLED 분야의 연마 및 코팅기술은 외국업체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타이완 신주과학단지에 컬러 필터코팅 공장을 설립해 올해 10월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안경철 대표의 목표는 '100년 기업'이다. 최소한 100년 이상 가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협력으로 더 빛나는, 다섯 스타기업

스타기업들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서로 돕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신안에스엔피나 메트로닉스의 생산품이 디보스, 현원, 맥산에 공급돼 더 나은 완제품을 만드는 방안을 서로 의논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지금 스타기업은 5개이지만 앞으로 합작회사들이 많이 생겨나 50개, 500개의 스타기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지난달 본격화한 미국 진출 지원사업은 벌써 성과가 점쳐지고 있다. 대구테크노파크 신동수 원장 초청으로 방문한 미국인 마케팅 전문 컨설턴트는 스타기업들 현장을 직접 방문한 뒤, 미국 진출을 적극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과제도 없지 않다. 아직은 집중 지원체제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기관과 금융기관이 경직성을 벗고, 더욱 기업중심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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