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60, 70년대, 아니 80년대 초까지만도 경상도 남자는 전국적으로 인기가 높았다. 가수 김상희의 히트곡 '경상도 청년'의 가사처럼 무뚝뚝하긴 해도 남자답고 의리 있고 속정 깊은 호남형으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경상도 남자들에 대한 호감도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멋으로 여겨졌던 특징들이 단점으로 비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유머라곤 모르는 재미상 없는 남자, 여자에게 군림하려는 권위적인 남자, 살가운 점이라곤 약에 쓸려야 찾아볼 수 없는 남자'''.
◇ 개그 속의 경상도 남자상은 하나같이 EQ(감성지수) 제로, 젠틀맨십 제로다. "사랑합니다" 라는 말이 "내 아를 낳아도", "입술이 참 섹시하네요" 라는 말을 "쥐 잡아 묵었나?"식으로 표현되고 있을 정도니'''. 개그의 속성상 '오버'된 표현임엔 틀림없다. 경상도 남자를 비하시키는 엉터리 개그라고 분개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경상도 남자가 그만큼 희화화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 대구경북연구원 양성평등연구센터가 최근 발간한 '2005 대구 여성 통계' 자료집은 경상도 남자에 대한 세간의 선입견을 어느 정도 뒷받침 해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대구에서 이른바 '황혼이혼'이 5년 전에 비해 무려 4배 이상이나 늘어난 것은 무얼 말하는가. 60세 이상의 이혼을 뜻하는 황혼이혼은 아내 쪽에서 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편들의 폭행과 폭언, 외도 등이 도무지 고쳐질 기미가 없자 참고 살아오던 아내들이 마침내 "이제라도 내 삶을 찾겠다"며 해방을 선언하는 것이다.
◇ 가정 내 가사 분담 문제도 타지방과 확연히 차이진다. 가사노동에 의한 공평분담 비율이 전국 8.1%에 훨씬 못미치는 4.5%에 그친다.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맞벌이 부부가 늘고 아내의 사회활동이 많아지는 현실을 무시하고 손가락 하나 까딱 안하려드는 가부장적 남편들이 그만큼 많다는 말이다.
◇ 요즘 타지역 여성들은 물론이고 대구 여성들 중에서도 "대구 남자와는 결혼 안 하겠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세상은 급속도로 디지털화 되고 있는데 대구 남자들은 아직도 아날로그식 사고에 집착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남자 중의 남자'로 꼽혔던 옛 이미지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스스로 '의식의 전환'을 하는 수밖에 없다.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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