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인터뷰] 포복절도 '음치여왕' 서민정

입력 2005-07-07 10:29:39

서민정은 우리 시대의 코드문화의 하나다. 김희선이나 전지현같은 도도함이나 이효리같은 섹시미도 갖고있지 않지만 그녀는 요즘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라디오의 심야방송 DJ에서부터 각종 쇼·오락 프로그램의 단골 게스트는 물론, 시트콤과 CF, 영화에까지 진출했고 얼마전부터는 SBS 특별기획 주말 드라마인 '그 여름의 태풍'에서 정통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서민정은 가수 아닌 가수로 더 유명하다. 그녀가 각종 오락 프로그램이나 라디오에서 부른 노래는 MP3 파일로 만들어져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고있을 정도로 장안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같은 노래실력이 그녀에게 붙여준 별명이 '절대음감', '절대음치'다.

그녀가 가수 박지윤의 '성인식'이나 렉시의 '애송이'를 부르는 것을 보고 있으면 배꼽을 잡고 웃지 않을 수 없다. 박자와 음정을 무시하고 그녀만의 독특한 창법으로 갈라지는 목소리를 들으면 포복절도한다. 아니 누구도 흉내낼 수 없다. 그런데도 대학가에서는 서민정 식 창법으로 노래부르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서민정은 우리 시대의 상징이다.

노래를 못하면서도 노래를 시키면 마다하지 않고 주눅들지도 않고 끝까지 부른다. 귀엽긴 하지만 2% 모자라는 얼굴이다.

연예기획사가 캐스팅을 한 기획스타도 아니고 방송연예과를 나온 예비 연예인출신도 아니다. 평범할 뻔한 대학생이 운좋게(?)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스타가 되었다는 점에서 그녀는 우리시대의 문화와 닮아있다.

그녀는 그러나 열심히 노력하는 연예인이다. 대학교의 교내 아나운서에서 케이블방송의 VJ로, 공중파 방송의 리포터로 운좋게 캐스팅되는 행운이 잇따랐지만 그녀는 끊임없이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는 노력파다.

160cm의 자그마한 키에 귀여운 몸매의 서민정이 어느날 갑자기 '섹시 댄스가수'로 깜짝 변신할 지도 모른다. 왜냐면 요즘 그녀는 댄스를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건강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음치실력으로 콘서트까지 한 서민정이 댄스가수로 데뷔한다고 해도 놀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 음치가수

'그 여름의 태풍' 녹화를 하고 있던 경기도 일산의 'SBS탄현스튜디오'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다른 연예인들과 달리 착했다. 연예인이라는 선입견에는 워낙 프로라는 부정적인 느낌이 강해서인지 그녀의 이런 착한 모습에서는 때묻지않은 신섬함이 묻어났다.

우선 음치라는 부분이 가장 궁금했다. 음치연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성 소문까지 나돌았다.

그녀는 절대 음치가 아니라고 강변했다. "오락프로에 출연했을 때 노래를 시키면서 불러보라고 하면 떨려서 음정이 불안정해지고 해서 그렇게 된 것 일뿐 원래 음치는 아니다"고 말했다. 동요같은 노래는 연습을 하고 부르면 음정도 맞고 괜찮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방송에 나와서 부른 노래 중에서 음정이 틀리지않은 노래는 딱 한 곡 밖에 없다. 시트콤 '똑바로 살아라'에서 서민정은 '에델바이스'와 '분홍 립스틱' 두 곡을 부르는데 이 중 에델바이스는 비교적 잘 부른다.

서민정답지않게(?) 목소리가 갈라지지도 않고 음정도 맞다.

게다가 그녀는 콘서트까지 열었다. 콘서트라는 이름을 내건 팬미팅이었지만 이 자리에서 그녀는 '애송이' 등 두곡의 노래를 불렀다. 팬들은 '한번만 더 해보라'며 열광했고 그녀는 절대음치의 자리를 지켰다.

그녀의 매니저도 그녀의 노래실력이 이런 줄은 몰랐다. "민정이가 기획사랑 계약할 때 가수도 해보고싶다고 했다. 그래서 당연히 노래를 잘 하는 줄로 알고 있었다.그런데 민정이가 최수종 쇼에 출연해 박지윤의 성인식을 부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서민정이 이때 부른 성인식은 그녀의 방송 데뷔곡이자 음치들의 수호 천사가 된 계기가 됐다.

그녀의 노래솜씨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그녀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PD들은 "연습하지말고 그냥 나오라"고 말했다.

자연스러운 그녀의 노래실력에 섭외가 끊이지않았다고 한다.

◇ 살인미소

서민정의 무기는 사실 노래가 아니라 미소다.

그녀는 끊임없이 웃는다. 귀여운 얼굴에 항상 미소를 머금은 그녀는 이제 드라마에 도전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녀는 철없이 덜렁대는 푼수같은 이미지로 시트콤 등에서 연기를 해왔다. 10대들의 성(性)을 정면으로 다룬 '제니,주노'에 출연해서도 그녀는 연애도 한번 못해본 철없는 언니로 나왔다. 다소 무거운 분위기가 압도하는 '그 여름의 태풍'에서도 그녀는 낙천적이고 쾌활한 정유란으로 나온다. 수민(정다빈분)의 단짝 친구지만 비교적 넉넉한 집안에서 걱정없이 자란 탓에 철이 없고 덜렁대는 역할이다.

드라마를 위해 그녀는 머리 스타일도 난생 처음 쇼트커트로 바꿨고 무거운 드라마에 청량감을 주는 미소를 선사하고 있다. 생글생글 웃고있는 그녀지만 언제나 그랬던 것 아니었다. 사춘기가 되면서 좀 새초롬해지기도 했는데 방송을 시작하면서 예전의 미소를 되찾았다. 항상 웃으면서 상대방이 자신을 보고 웃는다고 오해하는 일도 생겼다.

그녀는 "촌스러우면서도 정다빈씨가 연예인되는 것을 도와주는 역할인데 친구를 끌고가야 되기 때문에 강한 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그녀의 연기도 익숙해져간다. 이효춘씨나 노주현씨같은 대 선배들과 정다빈씨 등은 한 씬이 끝날 때마다 연기잘한다고 칭찬한다.

그녀는 아직 부족하다. 그러나 "연기는 신인이지만 주어진다면 열심히 해보고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심은하나 고현정같은 연기자보다는 요즘 김삼순으로 최고의 인기를 얻고있는 김선아씨나 김정은, 김원희 같은 연기자를 닮고싶다고 했다. "코믹연기라고 해서 연기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 무리하게 변신하는 것보다 하나의 캐릭터로 인정받아서 이런 배역은 내가 아니면 못하는 그런 제대로 된 코믹 연기를 하고싶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불량주부 역할을 하고싶다"고 했다. 귀여운 민정이 생뚱맞게 웬 주부역할이냐고 반문했더니 벌써 결혼 적령기라고 했다. 79년생이다. 휴학을 거듭해 아직 이화여대 법학과 4학년에 재학중이기는 해도 적지않은 나이다.

스스로도 멜러 물에는 안 어울릴 것 같다. 아직까지 사랑한 번 제대로 하지못했다고도 한다.

◇ 보수적인 가정

아빠 때문이라고 했다.

그녀의 아빠는 공무원이다. 서민정은 아빠에 대해 "흠잡을 수 없는 분, 조선시대 선비같다. 그래서 아빠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연예인을 하면서 입방아에 오르내리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얼마전 아빠인 서영주씨가 산업자원부에서 열린우리당 전문위원으로 인사가 나자 '절대음치 서민정 아빠 국회로 가다'는 기사가 난 적이 있다. 서민정은 그 때 정말 아빠한테 미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가 방송에 데뷔하게 된데는 아빠의 적극적인 후원이 있었다는 건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학교방송국 생활을 하다가 케이블TV의 VJ로 뽑혔을 때 잠시 휴학을 하지않으면 안됐다. 그러자 아빠가 해외연수도 가는데 잠시 휴학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며 흔쾌히 방송생활을 허락했다.

그녀는 대구와는 아빠고향이라서 인연을 맺었다.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추석과 설날에는 어김없이 대구 할머니집에 내려왔다. 대구에서는 봉덕시장에서 할머니가 사주신 한복을 입고 맛있는 것을 먹던 추억이 있다. 그래서 대구는 그녀의 고향이기도 하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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