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민족의 증표인 민족어는 그 민족의 문화와 가치관을 끌어안고 있다. 모국어를 지키지 않으면 다른 언어에 잠식당하고, 끝내는 사멸의 운명을 맞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민족의 자존심과 언어의 평등권이 관련되는 경우에는 모두 자국어를 내세운다. 유네스코는 자기 나라 글을 지키기 위한 국경일(한글날)을 가진 세계 유일의 나라 한국을 본받아서 지난 2000년부터 해마다 2월 21일을 '모국어의 날'로 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 '잡코리아'가 기업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신입사원들에게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업무 능력' 중 국어 관련 능력을 꼽은 응답자(5.6%)가 외국어 능력을 든 경우(5.1%)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것도 가장 부족한 업무 능력 중 세 번째다. 특히 쓰기'말하기 등 표현 능력이 심각하고(39.7%), 그 다음이 창의적 언어 능력(20.6%)'논리력(17.7%)'문법 능력(13%) 순이다.
◇ 한편, 국어와 관련된 업무 능력 중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기획안'보고서 작성 능력'을 꼽은 경우가 53.2%, 대인 커뮤니케이션 능력 부족도 31.6%에 이른다. 사정이 이러니 신세대들에겐 국어가 외국어 능력보다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은 너무나 당연하다. 인사담당자 40%가 입사 시험에 국어 능력 평가를 해야 한다는 견해도 마찬가지다.
◇ 요즘 청소년들에게 자기 생각과 느낌을 한글로 적확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까닭은 '왜'일까. 상식선에서 생각해 봐도 그 답은 자명하다. 주입식 입시 위주 교육과 독서 부족, 영상매체나 인터넷 의존도의 급격한 증가와 창의력 저하 등이 문제라는 지적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더구나 글쓰기는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고, 그 생각한 바를 논리적으로 어떻게 분석'판단하는가의 반영이지 않은가.
◇ 세계 6천800여 개의 언어 가운데 2주일마다 1개꼴이 사라지고 있다는 월드워치연구소의 보고서가 새삼 떠오른다. 한글 파괴와 훼손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추세로 한글도 그런 운명에 놓일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지만, 극단적인 기우만은 아닐 게다. 영어와 일본어'중국어의 틈새에서 한글도 몸부림을 쳐야 할 때가 아니라고 누가 큰소리칠 수 있겠는가. 국어 교육 강화, 모국어 사랑은 아무리 강조해도 좋으리라.
이태수 논설주간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경선 일정 완주한 이철우 경북도지사, '국가 지도자급' 존재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