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전쟁' 제작 비화

입력 2005-07-06 08:42:43

38년 '화성인의 습격' 라디오 드라마 원작

1938년 한 라디오 방송이 미국 LA 전역을 흔들어 놓는다. 훗날 '시민 케인'으로 명성을 얻게 된 오손 웰즈가 만든 라디오 프로그램 '화성인의 습격'이 혼란의 원인이었다.

화성인들이 우주선을 타고 내려와 지구인들을 공격한다는 것이 이 라디오 드라마의 기본 설정. 오손 웰즈는 줄거리를 배제하고 인터뷰 도중 죽어가는 리포터와 사람들, 그리고 화성인들의 무시무시한 소리로 이 프로그램을 구성했고, 멋모르고 라디오를 듣던 사람들은 이를 생방송 뉴스로 오인해 패닉 상태에 빠졌다. 2차대전의 발발을 앞둔 시대 배경에서 일어난 이날 사건은 이후 매스커뮤니케이션 학자들로부터 미디어의 즉각적이고 강한 영향력을 입증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자주 인용되어 왔다.

그때 그 라디오 방송이 2005년 SF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의 손을 통해 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겨 다시 태어났다. 이날 라디오 방송의 원작은 1898년 처음 출판된 H G 웰즈의 소설 '우주 전쟁'. 원작 소설의 오랜 인기나 그때의 그 라디오 방송 사건으로 인지도가 높았던 것만큼 영화에 대한 팬들의 기대도 클 수밖에 없다. 외신과 수입사가 전하는 프로덕션 노트를 통해 알려진 이 영화의 탄생과 관련된 비화가 눈길을 끈다.

▶영화는 원래 2007년에 개봉할 예정이었다. 영화 제작 계획이 갑자기 앞당겨진 것은 2004년 9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배우 톰 크루즈는 각자 준비 중이던 다른 영화의 촬영이 변경되면서 서로 스케줄을 맞출 수 있었고, 영화 제작 일정은 앞당겨졌다.

▶오손 웰즈의 라디오 대본은 1938년 소동 당시 경찰에 의해 압수돼 소각됐다. 하지만 스필버그 감독은 이 중 유일하게 현재까지 남아있던 대본을 경매를 통해 구입했다. 스필버그는 이미 10여 년 전에 이 대본의 영화화를 계획했지만 '인디펜던스데이'의 개봉 이후 제작 계획을 연기했으며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한 차례 톰 크루즈와 같이 작업한 뒤 이 프로젝트를 꺼내들었다.

▶6월 29일 미국 개봉 일정을 못박아 놓고 촬영이 시작됐던 까닭에 제작진에게는 크랭크인을 한 뒤 7개월의 시간만이 남아 있었다. 이는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을 고려하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 결국 CG작업이 많이 필요한 큰 장면들이 먼저 촬영이 됐고 후반작업과 촬영이 같이 진행됐다.

▶'우주전쟁'에는 약 1억3천500만 달러(약 1천4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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