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은 과연 도움이 되는가

입력 2005-07-05 11:10:09

학원은 일종의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다. 없어도 되고 안 다녀도 된다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에게 학원은 외면하기 힘든 엄연한 현실이다. 피할 수 없다면 도움이 되는 학원을 선택할 수 있는 지혜와 안목을 가져야 한다. 특히 청소년기의 학원 선택은 장래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다. 잘못된 학원 선택은 창의력을 말살하거나 경직된 사고방식을 갖게 하거나 수동적인 생활 습관을 갖게 해 결국에 가서는 지적인 홀로서기를 할 수 없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사례1

A군은 고3이다. 초등학교 때는 계속 전교 1등을 했고 중학교 들어가서도 전교 3등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그러나 지금은 자연계에서 20등 전후에 그쳐 희망하는 의대에 들어가기가 어렵게 됐다. 왜 이렇게 성적이 떨어졌을까. A군의 담임 선생님은 과외와 학원 수강이 지나쳐서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말살되고 만성피로가 겹쳐 학습의 생산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A군은 어머니가 극성인 편이어서 잠시도 여유가 없다. 월요일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하루도 빼지 않고 과외를 받거나 학원에 다녔다. 저학년 때는 반복적으로 문제 풀이 훈련을 한 것이 바로 성적으로 반영되었다. 그러나 고3 과정의 고난도 문제는 깊은 사고력과 응용력이 있어야 풀 수 있다. A군은 문제를 얼핏 보면 아는 것 같은데 풀어보면 안 된다며 고통을 호소한다. 학원 수강이 지나친 학생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듣는 수업만으로는 최고의 단계에 올라갈 수가 없다. 스스로 생각하고 다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 사례2

D양은 지금 연세대 사회계열 1학년이다. 초·중·고 때 주변 친구들보다는 훨씬 학원에 덜 다녔다. D양의 아버지는 고교 1, 2학년 때까지 어떤 일이 있어도 일요일에는 학원에 가지 못하게 했다. 대신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게 했다. 저학년 때 학원에 가더라도 국영수를 한꺼번에 다 듣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필요한 것부터 한 과목씩 들었다. 비교적 공부하기가 좋고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겨울방학 동안 집중적으로 학원에 다녔다. 개인 과외는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다. 비슷한 수준의 학생끼리 서로 경쟁하며 공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D양은 고3 때도 동네에 있는 헬스클럽에 회원증을 끊어 운동을 했다. 토·일요일은 한 시간 이상 운동을 했고 주중에도 특별하게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담임 선생님의 양해를 얻어 일찍 집으로 돌아와 운동을 했다. 학원을 한두 군데 더 다니는 것보다 운동을 해서 항상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입시 공부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 학원의 유형과 특징

학원을 선택할 때 마치 유행을 좇듯 하는 학부모가 많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어느 학원이 좋다고 하면 우르르 몰렸다가, 어디서 좋은 성적이 나온다고 하면 다시 옮겨가는 식이다. 그러나 학원 선택의 가장 기본은 특정 학원이나 강사가 자신과 얼마나 맞느냐이다. 학원을 선택하기 전에 학생의 기질이나 생활 습관, 학습 성향 등을 먼저 살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종합반

중학생을 상대로 하는 강좌 중에는 전 과목을 묶어 학교처럼 가르치는 종합반이 많다. 올해 들어와서는 내신 반영 비율이 높아지는 2008학년도 대학입시에 대비해 고1을 상대로 내신 성적을 집중적으로 관리해 주는 종합반 학원도 급격히 늘고 있다. 이런 강좌는 기초 실력이 부족하고 스스로 시간 관리를 잘 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 그러나 여러 과목을 묶어서 등록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자신 있는 과목도 같이 신청을 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또한 개개 과목을 한 주에 한두 번 정도만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실속이 없고 깊이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종합반 강의는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고득점을 목표로 할 경우 취약한 과목을 하나씩 단계적으로 수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스파르타식과 아테네식

스파르타식 지도 방법을 선호하는 학원은 수강생들의 학습과 생활 관리를 철저히 한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계획한 만큼 반드시 성취하게 하는, 다시 말해 완전학습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부모의 양해 하에 체벌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학원은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와 결과를 거둘 수 있어 많은 학부모들이 선호한다. 그러나 문제는 모든 학습활동이 타율적이고 강압적이기 때문에 지적인 홀로서기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학습과 생활에서 수동적인 습관을 갖게 할 위험이 있다. 또 실질적인 생산성보다는 형식과 겉치레에 치중할 위험이 있다. 무엇보다도 이런 유형의 학원은 창의력과 상상력을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부정적인 요소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열심히 하다가 곧 시들해지는 학생의 상당수가 이런 지도 방법 때문에 공부에 염증을 느끼게 된 경우가 많다.

아테네식 학원은 가능한 한 학생이 자발적으로 공부를 하도록 유도한다. 상위권 학생들이 이런 학원을 선호한다. 그러나 자칫하면 학원과 학생 모두가 나태함에 빠져들 위험이 있다. 구체적인 학습 목표를 따라가면서도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을 때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공부하는 습관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는 학생에겐 별로 효과가 없을 수도 있으므로 학생 자신과 학부모는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든 생활을 자율적으로 이끌어 가기란 힘들다. 그렇다고 매번 타율적인 강요로 무엇을 하게 할 수도 없다. 청소년기에는 타율적 강제와 자발성이 동시에 작용해야 한다. 학원도 이 두 요소를 잘 조화시키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

▲ 그룹지도와 개인지도

과외 금지조치가 해제된 이후 많은 학원들이 소수정예를 표방하고 있다. 최근에는 맨투맨 식으로 철저하게 지도해 준다는 공부방 형태의 그룹지도가 과외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강의 내용과 학생 관리는 다수를 상대로 하는 강의와 별 차이가 없으면서 수강료만 비싼 것이 문제다. 상당수의 학원들이 강의의 질적인 차이는 없으면서 단순히 수지 타산을 맞추기 위해 그룹지도와 개인지도 반을 만들어 고가의 수강료를 받는다. 학생과 학부모는 그 차이점을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학원 종사자들 자신도 고가의 개인지도가 그만큼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정상적인 수강료를 받으면서도 알찬 강의를 하는 학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지도로 피해를 입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예상 외로 많다. 개인지도는 고액 과외가 많기 때문에 피해를 입고도 공개적으로 하소연하기 어려우므로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브로커를 동원해 과대 선전을 하는 사람들을 주의해야 하며, 지역의 유명 인사나 여러 학교의 우수 학생을 들먹이며 자기가 지도했다고 과시하는 사람도 경계해야 한다. 적중률이 높다거나 자신이 족집게라고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개인 과외는 자칫하면 학생과 선생이 같이 나태해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부모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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