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 과열 경쟁…경북도 '곤혹'

입력 2005-07-05 11:14:39

시'군 거센 반발에 선정위 주춤

공공기관 집단 배치 장소인 혁신도시(지구) 건설을 놓고 시·군 간 과열 유치경쟁이 빚어지면서 경북도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경북도는 당초 대구시와 인접한 경북도 시·군 지역에 혁신도시를 대구시와 공동으로 건설해 이전 공공기관을 집단 배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으나, 이 같은 소식이 언론보도(본지 1일자 1면)를 통해 알려진 뒤 경북 북부·동부권 시·군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주춤거리고 있다.

이의근 경북도지사는 4일 기자 간담회에서 "공공기관 이전에서 경북과 대구가 협력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법적으로 엄연히 다른 행정기구인 경북도와 대구시가 혁신도시를 함께 건설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지사의 이 같은 발언은 지역이 광활하고 시·군이 많으며 지역특성이 각양 각색인 경북의 시·군들이 각자 내세우는 명분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고충을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남 지역에 혁신도시를 공동 건설하기로 합의한 광주·전남의 모델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지만, 대구와 경북의 경계지점에 혁신도시를 건설하는 방안은 현실적인 여건상 추진할 수 없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경북도는 대구시에서 30km 정도 떨어진 지역(구미·영천·군위 등)에 혁신도시를 공동 건설하자는 방안을 대구시에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 역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와 관련, 대구시 김문수 혁신분권담당관은 "그렇다고 해서 우리 시 역시 경북도와의 접경지역만을 고집하는 것 아니다"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대구와 가까운 곳이라면 접경 지역이 아니더라도 경북에 혁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도내 이전이 결정된 13개 공공기관을 시·군에 분산 배치하지 않고 혁신도시 한 곳에 몰아넣는다는 도의 방침에는 변함이 없지만, 도내 어느 곳에 혁신도시가 건설되더라도 다른 시·군의 반발을 감수해야 할 형편이다. 경산시와 칠곡·청도·고령군 경우 단지 대구와 가깝다는 이유 때문에 혁신도시 건설에서 아예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는 '역차별론' 마저 제기되고 있다.

경북도의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발표하는데 정부는 무려 2년여를 끌었다"면서 "소지역 갈등이 만연하는 상황에서 시·군의 욕구를 조율할 권한이 없는 광역 지자체더러 역내 배치 문제를 3개월 안에 마무리 지으라는 것은 무리"라고 고개를 저었다.

한편 공공기관 유치 과열 경쟁이 빚어지면서 경북도의 공공기관 입지선정위원회 구성 작업도 늦어지고 있다. 경북도는 7월말 혁신도시 건설과 관련된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방침이 나오고 나면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할 방침이다. 이의근 경북도지사는 "입지선정위원회가 혁신도시 공동 건설 여부와 위치 등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경북으로 이전이 결정난 공공기관 13곳에 대한 방문을 이번 주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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