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조명받는 경북 여인상...기념물 잇따라

입력 2005-07-04 10:03:42

경북에 옛 여인을 기념하는 조형물이 잇따라 지어져 새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 안동 아가페 동상

안동시 정하동 대구지검 안동지청 앞은 요즘 자녀를 동반한 부부들이 부쩍 많이 찾고 있다. 서로 반지를 끼워 주며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젊은 연인과 신혼 부부들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멀리 호남지역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오는 단체 방문객도 눈에 띈다. 지난 3월 조선판 '사랑과 영혼'이라 할 수 있는 '안동 아가페 동상'이 세워졌기 때문.

'안동 아가페 동상'은 안동 고성 이씨 귀래정(歸來亭)파 집안 며느리 '원이 엄마'의 애틋한 가족 사랑 이야기를 기리기 위해 안동지청이 지역의 자발적인 성원을 모아 만든 높이 2m짜리 청동상이다.

'원이 엄마'의 사랑 이야기는 지난 1998년 안동지청 신청사 부지 조성 공사 중 450여 년 된 조선 중기 미라 3, 4구가 출토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병석에 누운 남편의 병 구완을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짚신을 삼고 천지신명께 쾌차를 비는 등의 눈물겨운 이야기를 담은 '원이 엄마'의 편지가, 31세에 숨진 남편 이응태의 미라와 함께 발견된 것.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소로 적당합니다. '원이 엄마' 이야기를 하는 순간 자녀가 눈물을 글썽였어요." 최근 초교생 자녀 2명을 데리고 '안동 아가페 동상'을 찾은 김희순(50·대구시 상인동)씨 부부는 동상 앞에서 '원이 엄마'의 안타까운 가족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며 기념 사진을 찍고 부부 사랑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 아사달 아사녀 사랑탑

경주에서는 올 연말이면 신라시대 전설적인 석공 아사달과 그의 아내 아사녀를 추모하는 '사랑탑' 이 등장해 경주의 새 볼거리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랑탑은 불국사 일주문 앞 동리 목월 문학관 광장에 높이 6.4m, 폭 12.4m 크기로 세워질 예정. 이와 관련해 경주시는 지난달 불국사에서 2km쯤 떨어진 영지(影池) 못에서 아사달과 아사녀의 영혼을 불러내는 의식을 거행했다.

경주시는 백제 사람인 아사달 부부가 신라땅 경주에서 만들어낸 부부애를 기린다는 의미에서 과거 백제 땅인 익산에서 돌 120t을 가져와 경주 및 익산석공들이 함께 사랑탑을 만들게 했다. 8세기 중엽 가장 뛰어난 석공으로 이름난 아사달은 불국사를 창건한 김대성에 의해 신라로 초청돼 석가탑을 만드는 일을 했다.

아내 아사녀는 몇 해가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만나러 경주까지 왔으나 만나지 못하자 영지못에 빠져 죽고 만다. 탑을 완성하기 전에는 여자를 만날 수 없다는 금기 때문. 탑을 완성한 아사달은 영지못으로 달려갔으나 아내를 만나지 못하고 바위에 아내 모습을 새기고는 사라졌다. 그 애달픈 사연이 '사랑탑'으로 다시 탄생하게 된 것.

경주시 김정식 공보 담당은 "요즘도 아사달 이야기를 따라 석가탑과 영지못을 찾는 커플들이 적잖은데 사랑탑이 세워지면 많은 관광객이 몰릴 것"이라며 "사랑탑이 완공되면 전국 석공들을 모아 아사달을 기리는 행사도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연오랑 세오녀 상

지난 2000년 포항시 승격 50주년을 맞아 포항시 남구 호미곶 해맞이 광장에 마련된 '연오랑 세오녀(延烏郞 細烏女) 상'은 해맞이 행사와 더불어 포항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됐다. 이 상이 호미곶에 세워진 것은 삼국유사 설화에 나오는 연오랑이 살던 '도기야(都祈野)'란 지명이 현재 포항시 동해면 도구리(都邱里)를 지칭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신라 초기 영일(迎日)지역의 소국인 근기국(勤耆國) 사람인 연오랑은 우연히 해변의 바위에 올랐다. 이 바위가 파도에 밀려 일본까지 흘러가게 되고 연오랑은 일본 왕이 된다. 남편을 찾아 헤매던 세오녀는 해변 바위 밑에 있는 연오랑의 신발을 발견하고 엉겁결에 바위에 올라타 일본으로 건너가 남편을 만나 왕비가 돼 일본에 길쌈과 제철기술 등 선진문화를 전파한다.

이 같은 전설에 착안한 포항시는 이 상을 만들어 포항의 대표적 조형물로 삼았다. 포항시는 2년 마다 '영일만축제'를 열고 모범 부부를 대상으로 '연오랑 세오녀'를 선발하고 있다.특히 오는 11월에는 연오랑과 세오녀를 주재한 한 대형 뮤지컬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포항·임성남기자 snlim@imaeil.com 안동·권동순기자 pinoky@imaeil.com 경주·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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