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지역신문 위상 한단계 도약 기대

입력 2005-07-04 09:40:49

매일신문 페이지네이션을 보고

인터넷을 통해 온갖 종류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매체 환경은 신문의 역할 재정립을 요구한다. 보강되어야 할 신문 역할의 중심에는 '신뢰도와 심도' 그리고 '선택과 집중'이 자리 잡아야 한다. 다양하지만 표피적인 정보제공은 인터넷을 포함한 다른 매체에게 맡기고 신문은 사회 주요 쟁점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고급정보를 제공하고 전문적인 시각을 제시하는 '사회 해설자'로서 그 위상을 세워나가야 한다.

심도가 동반된 선택과 집중 기능 강화는 지방 분권시대 지역신문에게는 특히나 중요하다. 지난 몇 년간 행정수도 이전 문제나 공공 기관 지방 이전 문제 등을 겪으면서 지역민들은 애타는 정보갈증을 경험했다. 지방분권 시대의 본격 도래는 지역민들의 관심사와 직결된 사안들을 지역의 시각에서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적 안목을 절실히 요구하며 이러한 정보갈증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것은 중앙지가 아닌 지역신문이다. 국토 균형개발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고 글로벌 경쟁에서 지역이 축적해온 전문성과 잠재력을 충분히 실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지역발전과 관련된 이슈를 포착해 쟁점화하고 공론화시키는 지역 신문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7월 1일자로 시작된 매일신문의 지면개편은 지역신문 고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한 단계 도약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독자들의 정보욕구를 우선순위에 두고 이를 효율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내용구성과 지면구성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슈·기획면의 확대가 우선적으로 눈에 띈다. 지역사회가 관심을 쏟아야 할 현안들을 발굴해 의제화시키려는 노력을 통해 앞서 언급한 선택과 집중 역할을 보다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민선자치 10년의 성과와 보완점을 평가해보는 개편 첫날 기획기사의 취지를 계승해 정치, 경제, 보건, 복지, 환경 등 지역의 시급한 과제들을 총망라해 재점검해 볼 수 있는 대구·경북 발전을 위한 건설적 토론장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내용구성 면에서 돋보이는 또 다른 측면은 전국 뉴스와 지역뉴스의 연계성 강화노력이다. 전국적인 뉴스거리를 짚어보고 연이어 대구·경북의 뉴스를 다룸으로써 지역의 현안을 전국적 맥락 속에서 이해하는 것을 용이하게 한다. 또한 대구지역 뉴스를 전국 뉴스와 혼재시켜 취급하던 방식이나, 경북권 뉴스를 전국지의 관행처럼 후면에서 다루던 방식에서 탈피함으로써 지역 신문으로서의 정체성을 보다 뚜렷하게 표명하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전국적으로 중요한 뉴스거리가 지역에서 어떤 함의나 파급효과를 가지는 지를 염두에 두고 보도의 연계성을 높여나간다면 지역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안들의 근원을 정확하게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사설과 오피니언 등 심층 해설과 관련된 기사들을 후진 배치한 것은 이러한 연계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보여 진다. 전체 기사 내용을 따라가면서 독자 나름의 생각을 형성하고 이를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전문가 해설과 비교해 봄으로써 신문읽기가 기존의 파편화된 경험이 아닌 보다 일관성있는 경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매일신문의 이번 지면개편은 최근 신문시장의 대세인 섹션화와 맥락을 같이한다. 별지를 사용해 구분하지는 않았지만 여기저기 퍼져있는 뉴스를 일관성 있는 주제 하에 묶음으로써 내용의 전문성과 접근 용이성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앙 메이저 일간지의 페이지네이션 (지면의 구성 및 순서를 뜻하는 출판 용어)을 그대로 따라하기 보다는 지역밀착형 심층보도라는 지역신문의 역할을 염두에 두고 나름대로의 소화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의 야심만만한 탈바꿈이 시장원리에 흔들리지 않고 본래의 취지대로 지속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양정혜(계명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