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작 '우주전쟁' 제작 비화들

입력 2005-07-04 07:47:30

1938년 한 라디오 방송이 미국 LA 전역을 흔들어 놓는다. 훗날 '시민 케인'으로 명성을 얻게 된 오손 웰즈가 만든 라디오 프로그램 '화성인의 습격'이 혼란의 원인이었다.

화성인들이 우주선을 타고 내려와 지구인들을 공격한다는 것이 이 라디오 드라마의 기본 설정. 오손 웰즈는 줄거리를 배제하고 인터뷰, 인터뷰 도중 죽어가는 리포터와 사람들, 그리고 화성인들의 무시무시한 소리로 이 프로그램을 구성했고, 멋 모르고 라디오를 듣던 사람들은 이를 생방송 뉴스로 오인해 패닉상태에 빠졌다.

2차대전의 발발을 앞둔 시대 배경에서 일어난 이날 사건은 이후 매스커뮤니케이션 학자들로부터 미디어의 즉각적이고 강한 영향력을 입증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자주 인용되어 왔다.

그때 그 라디오 방송이 2005년 SF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의 손을 통해 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겨 다시 태어났다. 이날 라디오 방송의 원작은 1898년 처음 출판된 H.G. 웰즈의 소설 '우주 전쟁'. 원작 소설의 오랜 인기나 그 때의 그 라디오 방송 사건으로 인지도가 높았던 것 만큼 영화에 대한 팬들의 기대도 클 수밖에 없다.

외신과 수입사가 전하는 프로덕션 노트를 통해 이 영화의 탄생과 관련된 비화를 소개한다.

▲영화는 원래 2007년에 개봉할 예정이었다. 영화 제작 계획이 갑자기 앞당겨진 것은 2004년 9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배우 톰 크루즈는 각자 준비 중이던 다른 영화의 촬영이 변경되면서 서로 스케줄을 맞출 수 있었고, 영화 제작 일정은 앞당겨졌다.

"3개월 후 촬영을 시작할 것이다. 대본만 보고 겁내지 말라. 세 명이 영화의 중심이고 1천명 정도의 사람들이 배경으로 나오게 될 것이다"는 것이 스필버그가 영화제작 계획을 전하며 제작자 캐슬린 케네디에게 했던 말이라고.

▲제작진은 영화 속 일부 장면을 찍기 위해 촬영장 주변 주민들에게 돈을 주고 그들의 차를 빼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돈의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차량을 빼는 데 3일의 시간이 걸렸다고.

▲6월 29일 미국 개봉 일정을 못박아 놓고 촬영이 시작됐던 까닭에 제작진에게는 크랭크인을 한 뒤 일곱 달의 시간만이 남아 있었다. 이는 컴퓨터 그래픽(CG) 작업을 고려하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 결국 CG작업이 많이 필요한 큰 장면들이 먼저 촬영이 됐고 후반작업과 촬영이 같이 진행됐다.

▲'우주전쟁'의 제작비는 약 1억3천만 달러(약 1천340억원)로 29일 개봉 첫날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2천130만 달러(약 220억원)를 벌어들였다. 이날 개봉한 나라들에서의 총 수입은 3천460만 달러(약 357억원)였다.

제작사 파라마운트에 따르면 이는 이 영화사의 역사상 가장 좋은 오프닝 수입이다. 또 톰 크루즈의 출연작 중에서도 첫날 흥행 실적이 가장 좋은 작품이 됐다.

▲오손 웰즈의 라디오 대본은 38년 소동 당시 경찰에 의해 압수돼 소각됐지만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 중 유일하게 현제까지 남아있던 대본을 경매를 통해 구입했다.

스필버그는 이미 10여년 전에 이 대본의 영화화를 계획했지만 '인디펜던스 데이'의 개봉 이후 제작 계획을 연기했으며 '마이터리티 리포트'에서 한차례 톰 크루즈와 같이 작업 한 뒤 이 프로젝트를 꺼내들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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