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인류 역사와 함께 생겼다. 수렵·채취 시대엔 자연 발효한 과실주가 등장했고. 유목 시대엔 가축의 젖으로 만든 젖술(乳酒)이 빚어졌다. 농경 시대엔 곡주(穀酒)가 만들어지고, 청주·맥주 등 양조주는 정착 농경이 시작돼 개발됐다고 한다. 소주나 위스키 같은 증류주는 그 한참 뒤에 제조된 술이었다. 아무튼 '술'의 어원이 '수불'이었고, 바슐라르도 비슷한 말로 명명했듯이 '불타는 물'로 일컬어지기도 하는 술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언제나 따랐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여러 가지 연원이나 관습을 차치하더라도, 술은 인류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다. 어쩌면 질서와 혼돈이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인간은 질식해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그 이치는 낮과 밤이 있어야 우리가 제대로 생활의 리듬을 찾을 수 있고, 긴장과 이완이 적절하게 배합돼야 되레 긴장의 효능이 증폭될 수 있는 원리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다만 혼돈이 지나치면 문제가 크게 달라지게 된다.
○…우리나라 여성 가운데 술을 마시지 않으면 금단(禁斷) 현상을 보이거나 술 때문에 사회적·직업적 장애가 나타나는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놀랄 정도로 많아진 모양이다. 한 조사에서 음주 여성 중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1998년엔 3.1%. 2001년엔 그 세 배가 넘는 10.5%(55만여 명)였고, 집계 중인 2004년 수치는 그보다 훨씬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성인 여성 음주자가 53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돼 그 비율은 1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그러나 남성의 경우 24.1%에서 26.1%로 약간 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코 좌시할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남성 환자는 술을 끊게 되거나 치료를 적극 권유받고 있지만, 여성들은 그 사정이 다르다는 데도 문제가 없지 않다. 여성 환자들은 사회의 편견과 냉대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여성이 폭음을 하거나 알코올 중독에 이르는 경우는 남편과의 사별, 경제적 곤란, 시부모와의 불화 등이 주된 원인이라 한다. 수치심이나 죄책감 때문에 홀로 숨어서 마시는 경향도 '함정'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사정으로 여성 환자들은 방치되게 마련이다. 그래서 '술은 악마가 바빠서 찾아올 수 없을 때 대신 보내는 것'(탈무드)이 돼 버린다. 이젠 술 마시는 여성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배려가 따라야 하지 않을까.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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