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 악취의 온상인 음식물쓰레기 수거함 때문에 이웃 간 분쟁이 끊이질 않고 민원도 잇따르지만 행정기관은 시민의식만 탓하고 있다.
주민들 역시 겨울철이면 가급적 자기 집 가까운 곳에 수거함을 두려고 다투다가 여름철이면 이웃집 앞으로 밀어버리는 등 '얌체족'으로 변신하는 실정.
1일 대구시에 따르면 시내에 있는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은 모두 2만7천800여 개.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만2천여 개가 주택가 골목 등에 설치돼 있다. 주택가 수거함의 경우 아파트 등 공동주택과 달리 별도 관리자가 없는 탓에 악취 속에 며칠씩 방치되기 일쑤다.
특히 최근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버려진 음식물이 쉽게 썩는데다 장맛비까지 겹쳐 수거함 주위에 흘러내린 음식물 찌꺼기와 쓰레기를 담아온 비닐봉지 등이 뒤섞여 동네를 오염시키고 있다.
주부 이정민(34·북구 복현동)씨는 "수거함 옆에 버려진 비닐봉지에선 썩은 음식물 침출수가 흘러나오고, 파리와 모기도 들끓고 있다"며 "게다가 수시로 수거함 자리가 바뀌는 바람에 수거함을 찾아 음식물 쓰레기를 들고 동네를 한바퀴 돈 적도 있다"고 했다.
환경미화원 조진태(42)씨는 "하루 평균 30~40개의 수거함 위치가 바뀌다보니 어떤 날은 청소하는 것보다 수거함 찾느라 진이 다 빠진다"며 "심지어 혼자 쓰려고 집안에 들여놓는 얌체도 있고, 쓰레기를 버린 뒤 뚜껑을 닫지 않아 빗물이 가득찬 경우도 있다"고 했다.
주민들은 자주 세척이라도 해달라며 불만을 터뜨리지만 구청 관계자들은 "수거함 관리에 드는 별도 예산이 마련돼 있지 않아 시민 스스로 깨끗이 쓰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수거함 세척차의 경우 수성구청만 운영하고 있고, 나머지 7개 구·군청은 공공근로 인력을 투입해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세척은 불가능하고 주위 이물질을 제거하는 수준. 수성구청의 경우 하루 수거함 120~160개를 세척하지만 세척차의 크기 때문에 대부분 큰길 가의 수거함만 씻을 뿐 주택가 골목안 수거함은 손도 못대는 형편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8, 9월쯤 음식물 쓰레기 전용세척차량을 구입해 구·군청에 지원하면 수거함에서 나오는 악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주민들이 협조해 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사진:주택가에 설치된 음식물쓰레기 수거함이 여름철을 맞아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다. 30일 오후 대구 남구 대명동 경상중학교 부근을 지나던 어린이들이 음식물쓰레기 악취에 코를 막고 걸어가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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