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데스크)심지가 옳으면 주위가 밝다

입력 2005-07-01 10:49:11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확정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입지선정위 구성 등 후속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공공기관 이전 실무작업을 맡아온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건설교통부는 이전 발표 직후 일간지에 광고를 게재하는 등 타당성 홍보에 나서고 있고, 지역민들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이번 이전 대상기관 결정에 따라 교육학술기능군에 포함된 4개 기관이 대구로 옮겨 올 예정이다. 시민들에게는 생소한 기관들이지만 한국학술진흥재단(KRF)과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한국사학진흥재단, 교육인적자원연수원 등 학술·교육정보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기관들로 교육과 학문의 도시를 표방해온 대구시의 이미지에 부합되고 그동안 교육계에서 주창해온 '학술연구의 메카'로 대구가 발전하는 데 어느 정도 제 몫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제 대구시나 대상기관이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이해득실을 따지고 불만을 내뱉을 것이 아니라 얼마만큼 긴밀하게 유대관계를 맺고 시너지 효과를 높여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또 시민들은 당장 나와 상관없는 기관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지역의 많은 유관단체들과 조화를 이뤄 나가도록 뒤에서나마 돕고 성원하는 일이 필요하다.

지난 1979년 제정된 학술진흥법에 따라 설립, 국내 대표적인 학술진흥기관의 하나로 성장한 한국학술진흥재단은 학술연구 및 국내외 교류협력 등 학술활동을 지원, 육성하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연구정보와 학술정보가 온라인으로 처리되고 있는 디지털 시대이지만 재단의 대구 이전으로 대구권 대학들이 학술연구활동을 가까이서 지원받고, 힘을 싣게 됐다는 점에서 대구시의 입장에서는 일단 환영할 만하다.

또 지난 99년 설립된 한국교육학술정보원도 국가 교육정보화 발전방안 수립과 함께 교수학습정보와 교육정책연구개발, 학술연구정보, 교육행정정보화를 추진하고 있고, 학술정보에 대한 국가적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식은행(Knowledge Bank)' 구축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이번 이전 결정에 맞춰 "학문과 교육도시인 대구시의 경쟁력 강화 및 혁신역량이 강화될 것이라는 입장에 동감"의 뜻을 밝힌 한국사학진흥재단은 교육인적자원부 산하 공익법인으로 사학진흥기금의 조성 및 관리, 사학기관 교육환경개선자금 융자지원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고, 교육인적자원연수원은 교육공무원·교육행정공무원 교육훈련과 학부모·일반인 교육훈련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 공공기관 이전 확정을 지켜보면서 다만 걱정되는 점은 이들 공공기관과 밀접한 유대관계를 맺고 지역 혁신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할 핵심역량인 대구권 대학들이 구조조정과 재단비리 등에 휩싸여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깊이 있는 학문연구와 연구지원이 멀어 보인다. 물론 대다수 교수와 연구원, 학생들은 연구와 학문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의 대학들을 둘러싼 외부환경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고, 대학들의 발전 또한 그리 순탄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또 은근히 걱정되는 것은 "서울이 가까워 그나마 다행"이라는 발언이나 "대구시가 납득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하라"고 압력을 넣는 일부 기관의 태도다. 삶의 터전을 새로 옮겨야 할 직원들의 고충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지방으로 옮기지만 잘 알아서 모셔라'는 뉘앙스의 반응은 자칫 용렬함으로 들린다. 공공기관의 입장에서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부의 대명제를 거스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서로 넘치지 않게 이해하고 돕는 것만이 좋은 결실을 맺는 지름길이다. 심지가 거칠면 불도 어둡고, 심지가 옳으면 주위도 밝은 법이다.

서종철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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