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가 확대된다.
다음달 1일, 이날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들도 의무적으로 주5일제를 시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직원들 기대감과 기업의 우려가 함께 교차하고 있다.
직원들은 "뭐하며 놀까?"라며 주말 계획을 짜기 바쁘지만 기업들은 비용 상승, 생산성 저하 등을 걱정하며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미 시행 1년을 맞은 주5일제를 점검해봤다.
◇직장인들 뭐가 달라졌나?
주5일제가 시작되면서 직장인들 생활방식은 눈에 띄게 변했다.
▲주중 야근 늘고=업무량 변화는 없는 대신 근무시간이 짧아지면서 '일할 땐 촌음을 아껴야' 될 정도다.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등 상당수 기업은 업무 이외 다른 일은 일절 금하는 '집중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삼성 계열사나 대우일렉트로닉스 등은 인터넷 사이트 '싸이월드' 접속을 차단했고 KTF나 삼성SDS 등은 MSN메신저도 중단시켰다.
때문에 밤에도 불이 켜진 사무실이 많아졌다.
문화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이 최근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주40시간 근무제에 따른 여가환경 변화양상과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중 업무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 38.1%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평일에 야근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등 업무강도는 높아졌지만 주말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해 생산성은 오히려 높아졌다"고 말했다.
▲회식은 주중에='금요일 회식'은 옛말이 됐다.
이틀간의 연휴를 가족들과 함께 보내기 위해 과거 금요일에 몰렸던 회식이 수요일, 목요일 등 주중으로 옮겨진 것. 대부분의 직장에서 금요일은 야근 없이 일찍 퇴근시키는 분위기다.
▲여가·봉사활동 많아지고=노는 날이 늘면서 여가활동도 다양해졌다.
금요일 저녁 퇴근하자마자 여행을 떠나 일요일에 돌아오는 '2박3일 여행족'도 등장했다
주말마다 봉사활동을 하는 직장인도 늘어났다.
한국델파이의 '직조장 모임'은 주말마다 가까운 복지기관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대구은행 DGB봉사단은 매주 무료급식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포스코는 매달 한 번씩 가족들과 함께 사회복지시설과 자매마을 등을 찾는 '나눔의 토요일' 활동을 벌이고 있다.
▲동아리·공부모임 활발해=사내 동아리 활동도 더욱 활발해졌다.
한국전력 대구지사의 테니스 동아리 경우 주말마다 가족 복식 경기를 마련하는 등 과거와는 달리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대구은행 인라인 동호회 전성욱(수신지원팀 과장) 회장은 "예전같으면 토요일 퇴근해서 회사 동아리 활동을 하는 데 무리가 따랐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말했다.
주말 '공부족'도 많아졌다.
대구은행의 경우 매주 토요일 마련하는 간접투자 실무과정, CFP 자격취득과정 등 사내 연수프로그램에 행원들 참가율이 상당히 높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LG전자는 매주 토요일 영어회화, 토익, 중국어, 컴퓨터 등 다양한 강좌를 운영 중이다.
◇기업들은 속병
주5일 근무제가 확산하면서 기업들 부담은 늘어났다.
특히 주말에도 공장을 돌려야 하는 지역 제조업체들의 인건비 부담은 최소 5% 이상 늘어났다.
주말에 출근하면 휴일근무수당으로 기본급의 1.5배를 더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2003년 9월, 지역 최초로 주5일 근무를 시작한 자동차부품업체 동원금속. 이 업체는 주문량이 많아 토요일에도 80%가량의 생산직 근로자들이 출근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주말에도 바쁘니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직원을 출근시키지만 기업 입장에서 추가비용 문제가 만만찮다"고 말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기업 실무담당자 669명을 대상으로 '주40시간 근무제 도입에 대한 기업의견'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주5일제 도입으로 예상되는 경영상 어려움에 대해 가장 많은 50.3%가 '인건비 증가'를 꼽았다.
대구경영자총협회 정덕화 노사협력부장은 "법정근로시간이 줄어도 실근로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건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특히 2007년부터 주5일제를 시행해야 하는 100인 이하 사업장의 경우 인건비 부담 등을 자체 흡수할 수 있는 역량이 떨어지기 때문에 지역 영세기업들 부담은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대책은?
앞으로 주5일제를 시행해야 하는 회사가 살아가는 방법은 생산성 향상밖에 없다.
공정 효율성 향상, 첨단 경영기법 도입, 원가 절감 등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7월부터 주5일 근무를 시행하는 자동차부품업체 경창산업. 이 회사는 주5일 시행에 앞서 미리 원가절감은 물론 6시그마 등 혁신활동을 통한 생산성 향상 대책을 세웠다.
손영제 상무는 "대내외 혁신활동을 통해 인건비 상승분만큼 비용절감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생산성본부 대구경북지부 여상철 지부장은 "이제 기업들도 근로의 양보다 질을 중시해야 한다"며 "기업은 주어진 시간 내 최대한 효율을 낼 수 있는 혁신방법과 성과위주의 임금체계 및 단위근무시간당 근로효율을 높이는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교기자 ilmare@imaeil.com
◇ 지역의 주5일제 실태
지역에서 주5일 근무제는 아직 낯선 풍경이다.
현재 금융권, 일부 공기업, 대기업 지사 등이 시행하고 있을 뿐 대부분 사업장에서 주5일제는 여전히 생소하다.
대구지방노동청에 따르면 7월부터 주5일제를 시행해야 하는 300인 이상 사업장은 308개로 대구경북지역 전체 10만1천61개 중 0.3%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이미 시행하고 있는 곳은 50여 곳이다.
대구지방노동청 관계자는 "지역 사업장 중 9만7천여 개(97%)가 50인 이하 영세사업장이어서 주5일제 정착까지에는 당분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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