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섬유산업 이대로 주저앉는가

입력 2005-06-28 11:51:03

국내 최대의 폴리에스테르 장섬유 원사 업체인 구미의 한국합섬이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출 채산성 악화와 원유가 폭등에 따른 원자재 값 상승 때문이다. 한국합섬의 좌초는 대구'경북 지역 섬유 산업의 위기를 대변한다.

특히 지역 화섬 직물 업계는 망연자실 상태다. 대기업인 원사 업체가 휘청거리는 터에 중소기업인 직물 업계의 경영 상태는 물어보지 않아도 뻔하다. 지역 주력 산업인 섬유 산업의 몰락은 예고된 것이었다. 공급 과잉과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의 저가 공세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약화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하지만 지역 섬유 업계는 차별화 제품 생산을 외면하고 마케팅에도 소홀히 대처했다. 여기에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은 원유가로 인한 원재료 값 폭등이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이에 따라 지난해까지 1만 대 가량 가동됐던 혁신직기 가동 대수가 외환위기 이전의 10분의 1 수준인 6천 대 정도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직물 업계에선 공장을 매각하거나 직기를 헐값에 넘기고도 축하한다는 말을 듣는 실정이라고 한다. 게다가 최근 '한나라당 의원의 맥주병 투척 사건'까지 터져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섬유산업특별법 제정 추진마저 물 건너가고 말았다. 설상가상(雪上加霜)에다 화불단행(禍不單行)까지 겹친 형국이다.

고유가 상황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따라서 지역 화섬 직물 업계의 앞날은 바람 앞의 등불에 다름없다. 그런데도 대구시는 손을 놓고 있다. 지역 섬유 산업 부활을 위한 노력을 포기했다는 인상마저 풍긴다. 지역 섬유 업계가 직면한 상황은 지방 정부로서는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하다. 그렇다고 지역 주력 산업의 몰락을 방치할 것인가. 대구시가 나서야 한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