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럼-신세대와 성숙한 사회구성원

입력 2005-06-28 08:45:42

군대의 기본을 이루는 것은 언제나 신세대 젊은이들이다.

요즘 신세대는 대부분 핵가족 내의 소수 자녀로 자라났고, 고졸 이상의 학력을 갖고 있으며, 컴퓨터에 익숙해 있다.

대가족 다수의 사람들 속에서 자란 경우보다 서열, 위상, 역할 등 다양한 인간관계의 경험이 적다.

익숙하지 않은 병영생활에 대한 적응력이 약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들의 학교 생활 경험도 평준화의 영향으로 소속감과 동질감이 약해지고, 교사에 대한 신뢰감과 존경심도 줄어들었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졌으며, 공동체 의식이 약해졌다.

인간과 인간의 교류도 많은 부분이 인터넷상의 경험으로 대체되었다.

인터넷에서는 꾸준한 인내와 노력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는 경험이 적다.

특히 컴퓨터 게임에서는 공격적 전투행위의 경험을 많이 하는데 적을 죽이고 파괴하는 짜릿한 경험을 하는 반면에 그 과정이나 결과에서 받아야 할 '되먹임'(피드 백)이 너무 약하다.

희생자의 죽음의 처참함을 마주하는 대신 '승리(You win)'라는 간단한 자막과 팡파르뿐이다.

자신이 져도 '게임 끝(Game over)'이라고 뜰 뿐 다치거나 생명을 잃는 일은 없다.

맘만 먹으면 간단히 다시 게임을 시작함으로써 부활할 수 있다.

의식에서는 현실과 가상의 게임이 구별되지만, 모든 경험들은 무의식이라는 커다란 저장고에 저장된다.

무의식 속에서는 그 경계가 흐려진다.

그리고 인간의 행동은 의식보다는 무의식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이런 경험들이 현실에서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깊이 연구해 보아야 할 과제이다.

20세 전후의 한참 개인적 발전과 성취를 이루고 사회에 자기 뿌리를 내려야 할 젊은이들이 2, 3년의 기간을 국가 민족의 안위를 위해 바쳐야 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큰 희생이며, 국가 경쟁력상으로도 손실이기도 하다.

엘리트 계층의 자제들이 병역 기피의 유혹을 느끼는 현실도 그로 인한 것이 많다.

강국들의 자국이익 추구와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선군주의 북한과의 대치 속에서 국가 민족의 건강한 자존을 위해 우리는 전쟁의 위험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

위기에 처한 국가와 민족은 자신들의 과거 역사를 뼈저리게 되돌아보고 성찰함으로써 역사적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고 난관을 극복해서 번영의 길을 찾아야 한다.

우리 역사 속의 많은 전란과 외침들 가운데에는 우리가 통열히 되새겨 보아야 할 교훈들이 가득하다.

젊은이들로부터 인생의 소중한 시기를 2, 3년씩 헌납 받는 국가와 군은 이들을 아껴 국가민족의 안위를 위해 소중히 활용함과 동시에 이들의 시간을 최대한 보람 있고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어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병영생활이 신세대 젊은이들에게 피할 수 없는 의무 기간이 아니라 손꼽아 기다리며 자부심을 갖고 마칠 수 있는 생생한 의미와 보람으로 다가와야 한다.

성숙한 사회구성원이 배움과 수련의 공동체 경험이 되어야 한다.

그런 교육의 모델은 신라시대의 풍류도, 조선시대의 선비정신, 의병활동, 서양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등 역사와 문화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아프리카 어떤 부족은 일정 연령의 청년들을 가족과 격리된 그들만의 공통체 생활을 하게 하며 곤란과 시련을 경험하고 극복하는 성인이 되는 통과의례를 거치게 한다.

그 과정을 마치고 마을로 돌아오면 한 가정을 꾸릴 수 있고, 유사시 부족의 안위를 지키는 영예로운 전사로 대접을 받는다.

우리 군에서 시행되는 여러 가지 훈련을 이 땅 곳곳에 있는 전적지들과 연계해 그 당시의 전투 상황을 재연하면서 그 의미를 체득하게 하면 좋을 것이다.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 전투라든지, 병자호란 당시의 항쟁지, 낙동강 전선의 6·25 전적지 등을 행군하고 야영하며 의미를 새겨보는 감성적 체험이 되게 할 수도 있다.

신세대 젊은이들은 강압이나 일방적 지시는 못마땅해 하지만 납득할 수 있는 의미를 이해하면 강한 집중력으로 이루어 내는 모습을 보인다.

이들에게 확고한 이념과 목표를 제시하여 애국심과 용기와 의지가 넘치는 강군을 만드는 것은 국가와 군의 몫이며 역사가, 심리학자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하여 종합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최태진 신경정신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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