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 이 남자일 것 같아 /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문정희 시인의 '남편'이라는 시의 한 부분이다. 사실 부부 사이는 이 시의 화자가 말하고 있듯이 '제일 가깝고 제일 먼' 관계일는지 모른다. 하지만 자식이 그 사이를 묶어주는 끈이 되고, 접착제가 돼 주는 건 아닐는지…. 결혼은 한평생 원수 갚는 일, 빚 갚는 일이라는 말도 간과할 일은 아니리라.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이혼율은 어느덧 선진국을 능가한다. 기러기 가족, 무자녀 부부, 국제결혼 가족 등 가족 형태도 다양해진 가운데 갈수록 '불협화음'이 심해지고 있다. 더욱이 사회 안전망이나 복지 대책이 미흡한 우리 현실에서 가족 해체의 부작용은 '만남과 헤어짐'이라는 사적인 문제를 넘어 국가'사회의 장래를 위협할 만큼 심각해졌다.
◇ 이혼한 부부가 자녀 양육비 문제를 두고 지급이나 액수를 조정해 달라는 신청 사건이 4년 새 두 배로 늘어났다고 한다. 법원 행정처에 따르면, 이 관련 사건이 2000년 347건에서 지난해는 688건으로 증가했다. 이같이 양육비 분쟁이 늘어난 건 협의 이혼 때 합의해 놓고도 지키지 않거나 법원 판결을 당사자들이 여러 가지 사정으로 안 지키기 때문이다.
◇ 법원은 양육비를 산정할 때 배우자의 재산'소득, 결혼 파탄 책임, 자녀 연령 등을 감안하며, 대개 한 명당 성년이 될 때까지 매달 30만~70만 원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또 현행법상 양육비 지급 명령에 정당한 사유 없이 어길 경우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나 30일 이하의 감치 처분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을 받고서도 양육비를 제대로 못 받는 사람이 절반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 자녀 양육비를 안 주려는 유형들은 어떠한가. 무능력호소형'책임전가형'도피형'재산감추기형이 대표적인 경우인 모양이다. 어느 유형이든 이들의 만남과 헤어짐은 자녀들을 두 번 울리는 행위가 아니고 무엇이랴. 너무나 상식적인 얘기나 가정이 흔들리면 국가도 흔들리게 마련이다. 결혼과 이혼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풍조는 아이들을 벼랑으로 내몰고, 나라의 장래마저 그렇게 내모는 바람이 아닐는지….
이태수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