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이대'를 읽고
전쟁은 인간의 삶을 황폐하게 한다. 우리 역사에 있어 씻을 수 없는 시련으로 기억되는 일제강점과 6'25 전쟁으로 인해 상처를 입은 '수난이대'의 주인공. 하지만 이들은 전쟁 때문에 입은 상처로 좌절한 것이 아니라 서로를 부둥켜 안고 다시 일어섰다. 소설 속 두 주인공을 만나 숨겨진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기자: 안녕하십니까? 바쁘시지 않다면 몇 가지 질문 좀 했으면 합니다. 실례가 안 되겠습니까?
박진수: 무신 일입니꺼?
박만도: 인자 일도 다 마치서 저녁무러 가야 허는디….
기자: 아…저, 이 마을에서 두 부자의 비극이 있다고 해서 말입니다. 그 비극은 바로 일제강점기와 6월 25일에 일어난 전쟁 때문이겠죠?
박만도: 흠, 고놈의 전쟁! 에잉~ 퉤엑. 나라 대표라는 것들 쌈질하는 곳에 힘 없는 우리네 같은 사람들만 다 죽어 나갔는데…. 나 참!
박진수: 이런 건 왜 묻심니꺼! 넘으 가슴을 와 이래 쑤시능교!
기자: 아니, 저 그런게 아니라…. 전 단지 두 분이 이 두 전쟁의 피해자 중 대표로 심정을 물어보기 위해서입니다. 실례가 되었다면 무척 죄송합니다.
박만도: 그럴 껏까진 없심더. 마, 우리가 어차피 이래 된 거 궁금하신 거 있으시면 물으시소. 아무래도…지 왼쪽 팔뚝이 우에 됐는지 궁금하실 낀데예.
기자: 아, 예.
박만도: 제 팔은예…공습 때문에 이렇게 됐심더.
기자: 당시 다이너마이트 장치에 불을 붙이러 가실 때의 기분은 어떠셨습니까?
박만도: 여름이라 날씨는 후텁지근하지예. 그때 마 더 긴장 돼가 등줄기에 땀이 쫙 흐르데예. 몸도 마음도 어찌나 찝찔하든지 성냥불도 안 켜지고 마음도 초조해지고…. 그래 찝찔하고 불안했던 적은 그때가 탯줄 때고 처음이였습니더.
기자: 아… 정말 정신적 고통이 크셨겠습니다. 집에 돌아 갈 때는 무슨 생각이 가장 나셨습니까?
박만도: 그저, 아들내미와 여편네가 내 팔을 보고 놀랄 생각밖에 안듭디다. 미안하고 확 죽어버릴까 생각두 해보구… 집안 가장이란 게 병신이 되어 왔으니….
박진수: 아입니더, 아부지! 이래 정정하게 살아 계신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데예! 무슨 말씀을 그래 하십니꺼.
박만도: 그래도…. 지 아들이 용케 살아와서 천만다행이지예.
기자: 박진수씨는 지금 아버지에게 해드리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요?
박진수: 죄송스럽기만 합니더. 처음에 절 보실 때 아부지의 그 눈을 잊을 수가 없네예. 이런 몸으로 아부지께 돌아가서 미안한 마음 뿐입니더. 미안한 만큼 잘 해드릴껍니더. 몸이 이왕 이렇게 된 거 낙심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 훌륭한 모습, 아부지께 보여드리겠십니더.
기자: 열심히 살아서 효도하는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박만도씨. 아드님이 정말 대견하시겠어요. 든든한 아들과 자상하신 아버지, 부자간의 모습 참 보기 좋습니다. 박만도씨는 아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만도: 그때만 생각허면 눈물배께 안납니더. 저는 이놈이 이렇게 돌아오리라고는 생각도 몬했는데 그 당시엔 엄청난 충격이었십니더. 하지만, 이렇게라도 돌아와 준 우리 진수에게 윽시로 고맙고 저에겐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아들이라예.
기자: 부자지간의 사랑이 넘쳐나는 듯 싶습니다. 두 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실 겁니까?
박만도: 바라는 게 딱 한 가지 있는디…. 우리 진수가 착하고 예쁜 새악시 만나서 손자손녀 보고 죽는다면 한이 없수.
박진수: 아부지요. 너무 섭섭한 말씀 마라카이께네. 저는 아버지 한 분만 정성껏 모시고 살고 싶습니더.
박만도: 예끼 이놈. 그런 말 말아라! 허허, 그 녀석 참….
기자: 두 분 모두 바쁘신 시간 내서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권세희'채송화기자(3학년)
◇ 편지쓰기
" 아들아 니 뒤에는 항상 내가 있다."
진수에게.
니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내사마 마음이 바빠서 단숨에 고갯마루를 넘고 외나무다리를 건너 달렸다 아이가. 삼대독자인 니가 그것도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다는데 하늘이 도왔다 싶어 입가에 웃음이 히죽히죽 삐지 나오는 기라.
그런데 니가 저쪽에서 바짓가랑이 한쪽을 펄럭이면서 오는데 머리를 쇠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듯이 띵하고 쳐다볼 수가 없었는기라. 니는 내처럼 안되기를 빌었는데. 애비 가슴이 무너지는기라.
아버지는 말이다, 징용에 끌려가서 비행기장 닦다가 이 꼴이 됐다 아이가. 그때 넘의 팔인 양 저기 뚝 떨어져 나가 있는 내 팔을 보니 내 이제 살 희망이 없다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 떠오른 사람이 누군지 아나? 니랑 니 엄마다. 평생 내만 믿고 살아갈 니 엄마랑 삼대독자인 니를 생각하니 그냥 앉아 있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오히려 팔 한 쪽이 없어져서 다행이다 싶을 만큼 열심히 일했다. 그렇게 팔이 성한 사람보다 열심히 살다 보니 차츰 팔 한쪽이 없다는 게 편하다 싶고 내가 이 꼴이라는 게 별로 신경쓰이지 않는 그런 날이 오더라.
니도 그런 날이 올끼다. 니 가정을 이루고 니가 책임져야 할 사람이 늘어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니 다리 보다는 가정이라는 곳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돼 있다. 그런 날이 되어서 니 가족들을 바라보면 다리 한쪽 잃었다고 절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할끼다.
내는 니를 믿는다. 니는 내보다 훨씬 빨리 그런 날이 올끼라고 믿는다. 니는 내를 통해서 그 과정을 지켜보기도 했고 내 아들이기 때문에 믿는다.아들아 니 뒤에는 항상 내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거래이. 힘들었을낀데 잘 자거라 -아들 돌아온 날 애비가-
임새려기자(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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