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세 가지 보물

입력 2005-06-27 10:49:09

옛날 옛적 간날 갓적 닥나무에 닭 열리고 밤나무에 밥 열릴 적에, 어떤 아버지가 아들 형제를 두고 죽었더란다. 그러니까 형제가 아버지 재산을 나누는데, 형은 욕심이 많아서 이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하고 좋은 건 자기가 다 차지해버렸어. 그래서 아우는 겨우 형이 차지하고 남은 것만 조금 갖게 됐지. 그런데, 아우는 마음씨가 착해서 그 조금 가진 것마저 불쌍한 사람들한테 다 나누어 주고 한 푼도 없는 빈털터리가 돼버렸네.

그렇게 되니까 형이 아우를 보고,

"너는 아버지가 물려준 재산도 못 지키고 그게 무슨 꼴이냐? 남 보기 부끄러우니 당장 나가거라."

하고 마을에서 내쫓아버렸어. 아우는 빈손으로 쫓겨나 그저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녔지.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하루는 길에서 한 스님을 만났어. 늙은 스님이 누덕누덕 기운 옷을 입고 무거운 바랑을 끙끙거리며 메고 가는데, 그걸 보니 참 안됐거든. 그래 바랑을 벗어 달래서 자기가 짊어지고 스님을 따라갔어. 따라가 보니 깊은 산골에 다 쓰러져 가는 절이 하나 있는데, 그리로 들어가더래.

아우는 그날부터 아예 그 절에 눌러 살면서 스님 뒷바라지를 했어. 밥도 하고 빨래도 하고 나무도 하고 심부름도 하면서 스님을 잘 모셨지. 그렇게 한 삼 년이 지나니까, 하루는 스님이 아우를 불러 놓고,

"그동안 애 많이 썼다. 내 그 보답으로 선물을 줄 테니 가지고 가거라."

하면서 물건 세 가지를 주더래. 뭔고 하니 방석하고 보자기하고 젓가락이야. 아우는 그 세 가지 물건을 받아들고 절을 나와 고향 마을로 돌아갔어.

몇날 며칠을 걸어서 고향 마을에 이르니 다리가 몹시 아프거든. 그래서 아우는 가지고 가던 방석을 펴놓고 쉬려고 그 위에 털썩 앉았어. 그랬더니, 아니 이게 웬일이야? 방석이 스르르 변하더니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되지 뭐야? 이번에는 보자기를 펴서 슬슬 흔들어 봤어. 그랬더니 보자기에서 갖가지 고운 옷이 꾸역꾸역 나오는 거야. 이번에는 젓가락을 쥐고 탁탁 두드려 봤지. 그랬더니 온갖 맛있는 음식이 줄줄이 나와서 떡하니 차려지더래.

'이것 참 신기하구나.'

세 가지 보물 덕분에 아우는 금방 부자로 잘 살게 됐어.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있겠다, 보자기만 펴고 흔들면 언제든지 고운 옷이 쏟아져 나오겠다, 젓가락만 쥐고 두드리면 언제든지 맛있는 음식이 가득 차려지니 무슨 걱정이야?

그런데, 형이 이걸 보고 샘이 많이 났어. 빈털터리로 쫓겨난 아우가 돌아와서 저보다 훨씬 더 큰 부자로 살고 있으니 배가 아픈 거지. 그래서 저도 아우 흉내를 내느라고, 재산을 모두 팔아 치우고 집을 나갔어. 그런데, 욕심이 많아서 재산 판 돈을 불쌍한 사람들한테 나눠주지는 않고 그걸 항아리에 넣어서 땅 속에 묻어 놓고 나갔지. 그리고 아우가 스님과 함께 살았다는 산골 절을 찾아갔어. 그런데, 가 보니 절은 쑥대밭이 되어 있고 스님은 간 곳이 없더래.

할 수 없이 고향 마을로 돌아와 보니, 그새 땅에 묻어 놓은 돈을 도둑이 몽땅 훔쳐가버렸더라나. 이래서 형은 거지꼴이 돼서 평생 아우한테 얹혀 살았다네.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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