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박상희씨 내년 日구상 선생 추모 시낭송회 초청돼

입력 2005-06-27 08: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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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단 울린 母情詩

'다시 태어나면 새가 되거라/ 자유로이 나르는/ 새가 되거라// 저 넓은 바다 날아도 보고/ 높은 산꼭대기/ 올라도 보고// 새가 되거라/ 훨훨 나르는 새가 되거라//…'

칠곡 왜관의 한 소박한 여류시인의 시 작품이 일본 문단의 원로들을 울렸다.

화제의 시는 박상희(55) 시인의 '새가 되거라'. 박 시인은 1급 뇌성마비 장애인 아들 장윤혁(32)씨를 어엿한 컴퓨터 매장 사장으로 키운 장한 어머니.

눈물로 얼룩진 모정(母情)의 세월을 '밤하늘에 등불하나 걸어두고'란 수상집으로 묶어낸 수필가이기도 하다

평범한 이 한 편의 시가 일본 원로시인의 가슴을 적신 데는 그만한 사연이 있다.

오른팔 부위만 겨우 쓸 수 있는 장애인 아들을 기르고 공부시켰던 어머니의 소리없는 통곡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문이 고장난 화장실에 갇힌 채 일나간 엄마를 하루종일 소리쳐 부르다 쓰러졌던 아들, 다른 집 아이들이 바깥에서 마음껏 뛰놀 때 혼자 방안에 앉아 TV와 라디오만을 친구 삼아 지낸 아들을 부둥켜안고 살아온 어머니의 피울음이 스며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들이 건강한 몸으로 거듭나기를 빌고 또 빌어온 어머니의 한과 소망을 승화시킨 시구가 일본인 특유의 연민의 정에 호소했으며, 수사(修辭)가 없는 담백한 시구가 일본 시인의 정서와도 상응했던 것이다.

죽순문학회 윤장근 회장의 번역으로 일본의 월간시지 '柵'(책)에 소개된 '鳥に なれよ'란 시에 각별한 관심을 보인 사람은 일본 평론계의 거물 나카하라 미치오(中原道父·74)씨. 그는 구상 시인 추모문집에 '꽃자리의 시인'이란 제하의 글을 실었으며, 구상 시인 추모 모임인 그리스토폴 강의모임의 회원이기도 하다.

나카하라씨는 지난달 12일 구상 시인 타계 1주기 추모 행사때 구상문학관을 찾았다가 박 시인을 만났고 왜관읍내에 있는 아들 윤혁씨의 컴퓨터 가게를 일부러 찾았다.

시의 배경을 듣고난 나카하라씨는 눈물을 글썽거렸고, 내년 5월 일본 규슈 미야자키에서 열릴 예정인 구상 시인 2주기 추모시 낭독회에 박 시인을 초청했다.

그리고 시 '새가 되거라'를 일본 문단에 더 널리 알릴 것이라는 말도 남겼다.

윤장근 회장은 "시는 사상도 철학도 학문도 아닌 순수한 인간 정서의 전달임을 실증한 좋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박 시인은 "보잘것없는 시편이지만, 가슴 시린 사람들과 외롭고 쓸쓸한 삶에 작은 위안이라도 될 수 있다면…"하고 얼굴을 붉혔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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