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뭉치면 죽는다

입력 2005-06-25 13:40:56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통일정책연구팀 지음/랜덤하우스중앙

'통일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 한편에선 북핵 위기로, 다른 한편으로는 남북교류에 대한 열망으로 국론이 분열되고 있는 요즘 이 책은 '남과 북이 뭉치면 죽는다'고 쓰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남과 북은 한민족이 아니다'라는 극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주장의 논거는 이렇다. 같은 민족이라는 의미는 같은 유전자를 공유했다는 것만은 아니다.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으로도 공감대를 이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남과 북은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원칙론만을 되뇔 뿐 더 이상 공유하는 가치와 문화가 없다. 과거 한 국가를 이루었던 한 민족이었던 것은 확실하지만 지금도 같은 가치와 문화를 공유하는 지는 의문이다. 남과 북은 통일 이후 가장 큰 공감대를 이루어야 할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대마저도 결여되어 있다. 이들에겐 그저 광신적인 주체사상이 있을 뿐이다. 통일 이후 이들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로 스스로 전향하는 것을 기대조차 할 수 없다.

연구팀은 독일의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삼고 있다. 독일은 15년전 통일을 이뤘지만 지금 동'서독인들은 하나같이 '독일 통일은 실패'라고 규정한다고 전한다. 서독은 통일 이후 동독의 재건을 위해 14년간 1조2천500억 유로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올해 발간된 한 보고서는 이런 독일의 정책이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한때 세계 2위의 경제력과 3만7천 달러의 1인당 GNP를 자랑하던 독일은 현재 국가경쟁력 세계 15위, 1인당 GNP 2만2천 달러로 급락했다.

그 원인은 동독인들이 시장경제에 적응하지 못한 때문이라는 것이 연구팀의 진단.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동독인들은 더 많은 요구와 불평불만으로 일관해 왔다는 것. 이 같은 불만은 동'서독인들간 심각한 사회'문화적 갈등을 불러왔고 결국 통일 후유증 이상으로 새로운 분단을 만들어 내고 있다.

연구팀은 결국 통일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남북한간에 미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북한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기본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선결과제다. 세계화도 한 열쇠가 될 수 있다. 타의에 의해 시장개혁에 나섰던 알바니아, 불가리아 등이 예외 없이 극심한 국가 위기를 겪었던 반면 스스로 시장개혁에 나섰던 헝가리, 폴란드 등은 일시적 경기 후퇴 후 적어도 체제 전환이전을 넘어선 경험을 살려야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한다.

정창룡기자 jcy@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