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 고참이 TV 보내'…"역시 김병장"

입력 2005-06-24 10:44:28

지난 20일 오전 육군 50사단 달서구대대 본부중대 통신소대 내무반에 큼지막한 소포(택배) 하나가 배달됐다. 호기심에 찬 병사들은 소포의 겉 포장지에 쓰인 발신인부터 찾았다. '서울시 동대문구 김주환.' 한 병사가 "혹시 김 병장님 아냐?"라고 말하자 병사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포장지를 뜯기 시작했다.

주인공은 지난 2월 1일 이 부대를 전역한 예비역 병장 김주환(28)씨. 그는 지난 20일 후임병들을 위해 써달라며 내무반으로 20인치 TV 1대, 오디오 1대, 20여 장의 게임 CD를 보내왔다. 복무 당시 화질이 떨어져 시청이 어려운 TV를 보며 후임병들에게 "제대하면 TV를 바꿔주겠다"고 농담처럼 던진 약속을 4개월 만에 잊지 않고 지킨 것.

김씨는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전역 후 벤처기업에 취직해서 받은 월급의 일부를 모아왔다고 했다. 그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리더십, 자신감 등 지난 24개월의 군 복무 생활은 사회에 필요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의 시간들이었다"며 "형처럼 따라준 동생 같은 후임병들을 위해 작은 성의를 보이고 싶었다"고 했다.

선물을 받아든 후임병들은 '전역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는 군생활을 잊지않고 기억해준 김병장의 행동에 감격해 했다.

소대 김보규(23) 병장은 "김 병장님은 후임병들의 애로사항을 지휘관에게 잘 전달해주는 등 전우 사랑이 남달랐다"고 했다.

김주환씨는 "부대 총기사고로 군 전체가 부정적으로 비쳐지고 신뢰를 잃을까봐 걱정된다"며 "가족만큼이나 소중한 사람이 전우라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인터넷 등을 통해 부대 전역병들과의 모임을 가지며 남다른 전우애를 쌓아갈 계획이라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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