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줄인 옆집 '웰빙 고기' 는 북적

입력 2005-06-24 09:37:46

육류, 건강 버무려야 인기

비만은 '공공의 적'이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기름기 넘치는 고기를 적대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고기를 먹지 않을 수 있으랴?

이번 주 창업면은 '살 안 찌는 고기', '건강에 좋은 고기'를 내세워 불황을 넘어선 창업주들을 만났다.

그들은 웰빙을 입히지 않은 고기는 언제 꺼질지 모르는 바람 앞 촛불이라고 했다.

◆돼지, 김치와 몸을 섞다

지난해 여름 대구 중구 삼덕동에 '김치통갈비' 간판을 내건 이상민(36)씨. 그의 가게에서는 하루 평균 200만 원의 매출이 올라온다.

한 달에 6천여만 원, 연간으로 따지면 8억여 원에 육박한다.

조그만 중소기업 규모다

주력 메뉴는 간판에서 읽을 수 있듯이 '김치통갈비'다.

보름에서 한 달가량 묵힌 김치와 돼지갈비를 섞어 3∼12시간쯤 숙성시킨 뒤 불판에서 구워먹도록 내놓는 것.

"대표적인 메뉴인 고기가 왜 찬밥신세인가를 개업 전 생각했죠. 결국 지방질이 많아 고기를 먹으면 살찔 것 같다는 선입관 때문이었어요. '그래, 저놈, 지방을 없애야 해' 이렇게 생각했죠."

이씨는 김치가 지방을 없애주는 성질이 있다고 했다.

돼지고기와 김치가 어우러져 몇 시간을 지내면서 지방이 상당 부분 분해된다는 것이다.

시행착오도 많았다.

생각은 좋았는데 막상 만들어 보니 맛이 들쭉날쭉이었다.

이러다 보니 개업 후 한 달 동안은 고전했다.

만들어놓은 음식 대부분을 버려야 했다.

엄청난 시간투자, 그리고 금전적 손해를 보는 과정에서 김치와 돼지를 함께 숙성시키는 시간은 3시간에서 12시간이 적절하다는 것을 깨우쳤고, 김치를 담글 때 인삼을 넣으면 김치맛이 더 좋아진다는 것도 알았다.

"개업 후 한 달이 지나니까 손님이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맛이 일정하게 나오기 시작한 거죠. 이후 현재까지 탄탄대로를 걷고 있습니다.

매출이 늘다 보니 지난 1년간 김치만 12t이 사용됐습니다.

"

독특한 메뉴이다 보니 프랜차이즈 개설 문의도 많다.

24일 대구 복현동에 프랜차이즈 1호점이 나갔고, 대구 성서에 2호점 개점 준비 중이다.

053)255-5559.

◆오리, 대중 앞으로 나오다

박금석(49)씨는 경북 의성과 왜관, 대구 팔공산 등 3곳에서 '금석오리'란 상호로 오리고기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가게 1곳당 월평균 매출은 3천여만 원. 지난달 문을 연 왜관점도 개업 첫달에 3천만 원의 매출을 쏘아올렸다.

대구시내가 아닌 외곽지 음식점으로는 꽤 괜찮은 성적.

"오리는 육류 중 유일한 알칼리성 음식이고, 체내에서 굳지 않는 불포화지방을 갖고 있습니다.

살찌지 않는 음식이란 말이죠. 덕분에 최근 웰빙바람을 타고 오리고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많이 먹어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없습니다.

"

하지만 그는 오리고기가 비싸다는 인식, 그리고 식욕을 날려버리는 오리 특유의 냄새를 없애야 영업성공이 가능하다고 봤다.

'웰빙의 원조' 오리고기가 대중 앞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이 같은 단점을 뛰어넘어야 했던 것.

박씨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

특허를 획득한 불판을 개발, 냄새도 없애고 가격경쟁력도 갖췄다.

"양념한 오리고기를 숯불에 구우면 상당 부분 오리 냄새가 사라집니다.

그런데 숯을 쓰면 일손이 많이 들고 숯값도 만만치 않아요. 그래서 도저히 가격을 저렴하게 맞추질 못합니다.

가스불을 쓰면서도 숯불 효과를 낼 수 없을까? 5년을 고민했습니다.

"

특허를 얻은 그의 불판은 숯불온도인 500∼600℃ 사이에 머문다.

가스불은 1천200℃지만 온도 조절을 통해 숯불온도를 맞춰냈다.

이 불판에 고기를 구우면 숯불구이 맛이 난다.

"오리가 웰빙 재료이지만 소고기나 돼지고기처럼 대중성을 얻지 못하면 그림의 떡일 뿐이죠. 특허를 낸 불판이 오리의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

박씨의 가게 역시 김치를 곁들인다.

반찬은 오직 김치뿐. 연간 20t의 김치가 소요된다.

오리가 아니라 김치 때문에 이곳을 찾는 손님이 있을 정도다.

054)832-4405.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사진: 뚱뚱한 것에 대한 걱정이 고기에 대한 따가운 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김치통갈비', '숯불맛오리고기'로 승부하고 있는 이상민씨(오른쪽)와 박금석씨는 이 같은 세태가 오히려 반갑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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