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없는 지방자치 없고 지방분권 없는 지역균형발전 없다'는 전제 아래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외쳤던 지역 지식인들의 그 애절한 부르짖음이 마침내 화답을 받았다.
박토(薄土)위에 심은 나무가 잎이 무성해지더니 어느덧 하나, 둘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이다.
24일 수차례 발표를 연기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공공기관 지방이전 배치방안이 확정 발표됐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가 내세운 국정과제의 하나인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큰 밑그림이 완성됐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온갖 반대와 위헌 시비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밀어붙인 수도이전특별법의 통과에 이은 지방분권 추진책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 출신 지식인들이 불을 지핀 지방분권운동이 현 정부의 핵심 정책으로 채택돼 드디어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다.
물론 앞으로 많은 과제를 안고 있기는 하다.
거름을 주고 가지치기도 하며 '지방분권' 나무가 제대로 자랄 수 있도록 가꿔 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잘 익은 열매를 따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구·경북을 비롯한 각 지자체들은 한전과 도로공사 등 덩치 큰 공공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서로 치열한 유치운동을 벌였다.
대구시와 경북도도 공공기관 유치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어느 기관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까 득실을 분석하고 정부 당국을 상대로 지역의 상대적 낙후성과 소외감을 내세우며 설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지자체와 지역민들의 노력에 힘입어 지역에는 대구에 가스공사, 경북에 도로공사라는 속칭 '빅5'에 속하는 대형 기관이 배치됐다.
현 정부에 밉보이고 있는 대구·경북이 자칫 공공기관 지방이전에서조차 소외받지나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었는데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발표와 관련, 한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는 것 같다.
도로공사나 가스공사 같은 대형 기관을 대구·경북이 마냥 이뻐서 주는 것만은 절대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다.
이번 공공기관 배정의 중요한 기준의 하나가 지역발전정도(낙후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대구·경북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낙후돼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참여정부가 한나라당에 몰표를 준 대구·경북을 결코 외면할 수만은 없었다는 점이다.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노무현 대통령과 현 정부가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듯' 대구·경북을 끌어안고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공공기관 이전은 2012년이 돼야 완전 마무리될 예정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그 기간 동안 차근차근히 이전 절차를 밟아가야 할 것이다.
이번 정부의 공공기관 배치와 관련,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가 정부 방안을 이의없이 수용하기로 기본 협약까지 체결했지만 반발하는 지자체도 없진 않아 잘 다독여야 할 것 같다.
엄청난 재원마련은 정부 당국의 숙제다.
대구시와 경북도도 배정받은 공공기관의 지역 배치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도 지역 균형발전과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하고 이전 공기관 직원 자녀의 주거 및 교육문제 등을 충분히 고려,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사람이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신체의 균형발달이 필요하다.
적절한 영양공급과 함께 적당한 운동을 해 주어야만 건강한 삶을 살아 갈 수 있는 것이다.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은 비대화된 수도권의 영양을 지방에 골고루 나눠 줘 균형있는 신체를 만드는 일에 비유할 수 있다.
적당한 운동으로 건강체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고스란히 지역민들의 몫이다
이번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발표를 계기로 동맥경화에 걸린 수도권 집중을 다소나마 해소하고 빈사상태에 빠진 지역 경제 회생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홍석봉 사회1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