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MBC 허문호PD '뉴욕페스티벌' 다큐 동상

입력 2005-06-23 11:59:31

"위안부 할머니들 피맺힌 恨 노래에 담아"

"잔혹한 일제의 만행과 전쟁으로 희생당한 여성의 인권 문제에 대해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2005 뉴욕 페스티발'에서 다큐멘터리 2부작 '위안부, 노래에 새긴 恨의 기억'으로 라디오 다큐멘터리 부문 동상 수상자로 선정된 대구MBC 허문호 PD는 다소 상기된 목소리로 수상의 기쁨을 전했다.

지난해 8·15특집으로 방송된 '위안부, 노래에…'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강제 징용 당시 배웠던 여러 노래들을 담아낸 프로그램. 2년에 걸친 제작 기간동안 대구·경북과 경기도, 전라도 등 전국을 다니며 위안부 할머니 30여명의 노래 가락을 녹취했다. 허 PD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노래에는 60년동안 가슴 속에 지니고 살아온 피맺힌 한이 담겨 있다"며 "할머니들의 노래가 지닌 사회·문화·역사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들의 노래를 영구 보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끄집어내고 싶지 않은 악몽 같은 기억을 들춰내는 작업이라 할머니들께 죄송하기 짝이 없었다"며 "특히 올해 세상을 떠난 김분순 할머니는 이 프로그램이 마지막 육성 녹음이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대구MBC '즐거운 오후 2시'의 연출을 맡고 있는 허 PD는 4년의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수상 이력이 화려하다. 2003년에는 라디오 다큐 '코리언 아메리칸, 새로운 100년을 말한다'로 이달의 PD상과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각각 수상했고 지난해에는 같은 프로그램으로 한국방송프로듀서상 지역부문 대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뉴욕 페스티발'은 칸느, 클리오와 함께 세계 3대 광고 및 영상축제로 불릴 정도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국제상. 올해는 32개국 500여편의 작품이 출품돼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시상식은 오는 28일 뉴욕에서 열린다.

허 PD는 "아직 중국과 일본, 동남아 등지에는 해방된 이후에도 돌아오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도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상당수"라며 "앞으로 이들의 노래도 담아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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