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임당동 양백선 할머니
"하늘도 무심하제. 가정 형편이 어려워 세들어 살던 집에서 두 번씩이나 불이 나다니…."
22일 오후 3시40분부터 2시간30분 동안 영남대 경산캠퍼스 건너편인 경산시 임당동 주택가 6군데에서 연쇄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났다.
사랑채가 모두 타고 안채의 가재도구 일부도 타 길거리에 나앉을 처지에 놓인 양백선(70) 할머니는 "아무 죄도 없는데 누가 왜 불을 질러 또 이렇게 어렵게 살도록 하느냐"며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화재 현장을 지켜봤다.
이날도 기초생활수급자인 양 할머니는 손자·손녀 학비에 보태고자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마을 주변 남의 집 들일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10년 전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큰 아들(46)이 이날 막노동을 가지 못해 집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지만 불타는 소리에 일어났고 손녀(16·중3)도 하교하던 중이라 화는 피했다.
양 할머니는 손녀가 울면서 집으로 들어오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3년 전에도 세들어 살던 집에 불이나 거리로 내몰려야 했던 가슴 아팠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기구한 운명을 한탄했다.
3년 전에 임당동 윗마실에 비가 새는 낡은 집에 손자·손녀와 함께 세 식구가 사글세로 살았는데 누전으로 불이 나는 바람에 마을 경로당에서 20여 일 동안 살았다는 양 할머니. 이 할머니의 딱한 사정을 전해들은 이웃주민이자 현재의 집주인 최병영(44)씨가 집세도 받지 않고 사랑채를 쓰도록 배려해 줘 10개월 정도를 살았다.
이후 안채에 살던 사람이 이사를 가자 양 할머니는 이곳에 전세를 얻어 3년째 살아왔다.
양 할머니는 "예전에 살던 집에 불이 났었는데 새로 이사 온 집에서 연거푸 불이나 또다시 거리로 내몰리게 되니 너무도 기구하다"며 한탄했다.
하지만, 이들 세 식구는 그냥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집 주인 부부와 이웃 주민들도 타다 만 가재도구를 꺼내주고 청소를 도와주는 등 남의 불행을 그냥 보고만 있지 않았다.
"당장 갈 곳도 없고 그동안 쓰지 않았던 2평 정도의 건넌방에서 당분간 촛불이라도 켜고 살아야 되지 않겠느냐"며 쓴 웃음을 짓는 양 할머니의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보였다.
도움 주실분. 경산시 북부동사무소 053)811-1065.
경산·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사진: 22일 오후 경산시 임당동 일원에서 발생한 연쇄방화로 추정되는 불로 세들어살던 집이 타 거리로 내몰릴 처지에 놓인 양백선(70) 할머니가 불에 탄 사랑채를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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